|
|
|
"임종은은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다."
시련은 힘이 된다
현대중고 출신 울산 유스 임종은은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촉망받던 수비자원이었다. 중학교 1학년 무렵 이유없이 무릎이 아팠다. 처음엔 '성장통'인 줄 알았다. 2~3년 울면서 공을 찼다. 고등학교 진학후 밝혀진 병명은 '박리성골연골염'이었다. 열다섯 남짓한 소년에게 드리운 부상의 그늘은 짙었다. "어릴 때 재활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다친 부위를 수술하고 또 재활하고, 또 수술하고, 한창 자신감을 키워가던 시절인데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2009년 9월, 20세 이하 월드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홍정호 김영권 윤석영 오재석 등과 한솥밥을 먹었다. 입단 첫해였던 2009년 울산현대에서 19경기에 나섰다. 고질적인 왼쪽무릎 부상이 재발했다. 2010~2011년, 2년을 내리 쉬었다. "축구 말고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할 만큼 힘든 시절이었다." '부상없는 세번째 시즌' 반전의 시작
파이터를 꿈꾸는 꽃미남 센터백
하 감독은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 안정적인 발밑, 영리한 위치선정을 자주 칭찬한다. 가장 잘나가던 시절, 가장 혹독한 시련이 찾아왔다. 기다리는 법,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뛸 때나 못뛸 때나, 이길 때나 질때나,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 지을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영리하게 볼 차는 법 역시 부상 이후 스스로 깨친 방법이다. 몸싸움을 피하면서 상대를 따돌리고 제압하는 법을 연구했다. 공중볼 장악 능력도 뛰어나다. '영리하다'는 칭찬에 대해 임종은은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바라봤다. "어릴 때부터 스타일이 그랬다. 반면 터프하고 타이트하게 붙는 면이나 체력적이 면이 부족하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수비수들은 사실 다 파이터다. 포항의 김광석 형처럼 터프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좋아하는 선수는 리오 퍼디낸드다. "2006년 현대중학교때 나이키배에서 우승한 후 홍콩세계대회에서 퍼디낸드를 직접 본 적이 있다. 터프함과 섬세함, 수비수의 모든 것을 갖춘 선수"라고 말했다.
하 감독이 '중고신인' 임종은을 '내일의 스타'로 '천거'한 이유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다. 임종은은 "유망주 나이는 지났지만, 수비수 스물넷이면 이제 시작 아니냐"며 웃었다. 서른다섯 선배 현영민이 사이드백 포지션에서 최다출전기록을 세우고, 올시즌 1골 6도움으로 맹활약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왔다. "(현)영민이형을 가까이서 보며 내 목표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맞대결에서 가장 까다로운 공격수를 묻자 "'당연히' 이동국 선배"라는 답이 돌아왔다. "움직임이 많거나 빠른 선수는 쫓아뛰고 미리 움직이면 커버할 수 있다. 이동국 선배는 수비를 보고, 역으로 움직인다. 타이밍도 잘 뺏고, 정말 힘든 선수"라고 평가했다. '대선배' 이동국과 대표팀에서 함께 뛸 날이 올까. "아, 그러려면 빨리 가야 되는데…"라며 웃었다. "열심히 하다보면 한번쯤 기회가 오겠죠"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부상후 욕심을 많이 내려놓게 됐다. 선수라면 당연히 태극마크를 목표 삼고, 간절히 바라는 건 맞지만, 안됐다고 해서 자책하고 그런 건 없다. 대표팀에 가는 선수들을 보며 본받을 점은 본받는 게 맞다. 나는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 완성된 선수로 가는 과정중이다. 욕심보다는 차근차근 꾸준히 쌓아가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