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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모예스 전 감독은 그럭저럭 괜찮은 감독이 아니었을까. 시즌 초 루이스 판 할 감독이 부진의 늪에서 신음하는 가운데, '모예스 재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이번 시즌 맨유는 루이스 판 할 신임 감독과 함께 지난 시즌의 부진을 털고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했지만, 시작부터 그 발걸음은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7위로 EPL 출범 이래 최저 순위를 기록한 모예스는 수많은 조롱에 시달렸다. 모예스에게는 '축구 천재'라는 치욕적인 꼬리표와 함께 EPL 출범 이래 첫 리그 10패, 홈경기 최단시간 골 허용, 창단 이래 첫 스완지전 패배 등의 기록들이 따라붙었다. 경기 도중 열성 팬이 감독석에 난입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모예스는 다음 시즌을 기약했지만, 결국 여론을 이기지 못한 맨유 수뇌부는 무려 6년 계약을 맺었던 모예스를 9개월여만에 경질했다.
영국 언론들도 차츰 판 할에게 창끝을 겨누기 시작했다. 데일리메일, 익스프레스 등 영국 언론들과 축구팬들은 최근 "판 할과 모예스의 차이는 부임한 시기 뿐", "판 할이 지난 시즌 맨유에 왔어도 7위 했을 것",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마지막 우승은 구단 수뇌부도 놀란 성과", "맨유의 전력을 감안하면 모예스와 판 할의 성적이 정상"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판 할은 안더르 에레라, 루크 쇼에 이어 마르코스 로호, 앙헬 디 마리아까지 영입하며 펠라이니 하나에 그쳤던 모예스보다 압도적인 지원을 받았다. 다니엘 블린트까지 영입하게 되면 '폭풍 쇼핑'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이번 시즌 맨유 팬들은 챔피언스리그 복귀와 더불어 '못해도 모예스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더욱 강해진 첼시와 맨체스터시티 등을 감안하면, 올해도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판 할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더블 등 커리어 면에서 모예스를 압도하는 명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2002한일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지역예선에서 탈락한 적도 있고,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주력 선수와의 불화 및 시즌 도중 경질을 경험할 만큼 기복이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맨유는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성공을 거둔 판 할의 '골짜기'일 수도 있다.
맨유는 다음달 14일 자정 퀸즈파크레인저스(QPR)를 상대로 리그 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리그컵에서 탈락한 지금, 올시즌 맨유에게 남은 것은 FA컵과 리그 뿐이다. 맨유 팬들은 이번 시즌 '위대한 21년'의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