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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항의 '동해안 더비'는 서울-수원의 '슈퍼매치'와 함께 K-리그의 명품 더비 중 하나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클래식 풋볼-라이벌' 코너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김승규도 포항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2008년과 2011년 K-리그 플레이오프(PO)에서 맹활약했다. 2008년 6강 PO에선 '승부차기의 달인'으로 떠올랐다. 당시 클래식 출전 경기가 단 두 경기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활약이었다. 2011년에도 포항과의 PO에 출전, 모따와 황진성의 페널티킥을 잇따라 막아내며 울산의 1대0 신승을 이끌었다. 김승규도 비장함을 전했다. "포항은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탈락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초반에 기를 누르는 것이 필요하다."
뚜껑이 열렸다. 울산과 포항은 3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클래식 23라운드에서 충돌했다. 이날 김신욱은 조민국 울산 감독의 주문을 100% 이행했다. 폭넓은 움직임을 보였다. 최전방에서 포항의 수비수를 미드필더 쪽으로 끌고 나와 공간을 확보했다. 그림자 수비를 하던 중앙수비수 김광석을 끌어내자 몬테네그로 대표 카사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훨씬 수월해졌다. 공중도 지배했다. 포항의 장신 수비수 김형일이 부상으로 빠진 틈새를 공략했다. 수차례 위협적인 헤딩 패스를 연결했다. 필승 의지는 전반 25분 확인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어필로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유도했다. 1분 뒤 그의 장기가 살아났다. 전반 26분 고창현의 오른쪽 측면 프리킥을 문전에서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에는 더 적극적으로 뛰었다. 거구(1m96)를 이끌고 강력한 포어체킹(전진 압박)을 펼쳤다. 후반 21분에는 김신욱의 진가가 더 드러났다. 2-1로 포항이 앞선 후반 21분에는 배슬기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높이에서 더 우위를 점했다. 골보다 도움에 집중했다. 그러나 동료들의 계속된 득점포 불발에 아쉬움만 삼켜야 했다.
이날 포항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극복했다.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FC서울에 패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빨리 잊자고 했다. 부담감을 떨치고 우리가 했던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자고 주문했다"며 "체력으로 힘들다. 그러나 선수들이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포항은 잘 갖춰진 티키타카 시스템으로 울산 원정을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강수일은 포항을 위기에서 구해낸 해결사였다. 0-1로 뒤진 전반 29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황 감독이 울산전에 앞서 기대감을 드러냈던 김재성도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후반 수적 열세에 몰린 포항의 승리는 강력한 조직력과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만들어졌다.
이제 김신욱과 김승규는 9월 한 달간 울산을 떠난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광종호에 합류한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출격한다. 경기에 대한 피로를 채 풀 여유가 없다. 당장 1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소집된다. 이젠 국가를 위해 헌신할 때다. 김신욱은 리틀 태극전사들에게 국가대표의 품격을 얘기했다. 김신욱은 "나는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 '대표팀에 들어온 이상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예를 위해 뛴다'이다"고 밝혔다. 이어 "후배들에게 병역특례 혜택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위해 뛰어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다. 침체된 한국 축구를 위해 그것이 첫 번째라고 느끼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규도 "4년 전 아시안게임에 뛰고 지금은 와일드카드다. 당시 와일드카드에 대한 기대를 알고 있다. 그 기대를 후배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4년 전 아쉬움은 조급함과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기고 있을 때도 조급했다"며 "이번에는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선수가 나밖에 없다. 후배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더 좋은 경기력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했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