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380일 만에 A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차기 사령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25일 월드컵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당시 홍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맺은 계약은 2년이다. 임기는 2015년 1월 호주아시안컵까지였다. 당초 축구협회는 홍 감독에게 4년 임기를 제시했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A대표팀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거절했다. "2018년 월드컵 때까지 임기가 보장되면 느슨해질 수 있다. 간절해지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고자 스스로 2년 계약을 협회에 제안했다." 안정 대신 도전을 택한 홍 감독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유임 결정이 났음에도,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정사까지 들춰내는 일부 언론들의 '마녀사냥'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주위의 만류로 사퇴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사회적 비난 분위기에 동력을 잃었다.
홍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초점은 차기 사령탑으로 모아지고 있다. 첫 번째 대안으로 외국인 감독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팀은 1994년 아시안게임대표팀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인 비쇼베츠에게 맡긴 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2003~2004년), 조 본프레레(2004~2005년), 딕 아드보카트(2005~2006년), 핌 베어벡(2006~2007년)에게 A대표팀 지휘봉을 넘겼다. 외국인 감독이 선임될 경우 외부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축구협회가 국내 감독 선임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황선홍 포항 감독과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하마평에 오를 수 있다. 황 감독은 지난시즌 '더블(정규리그, FA컵 우승)'을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짧은 패스를 통한 '스틸타카'를 완성시키며 한국 프로축구의 흐름을 선도하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 감독은 세계축구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으로 평가된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국가가 활용하는 스리백을 올시즌 가동하면서 서울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차기 사령탑은 당장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부터 A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 더 이상 원포인트 사령탑은 의미가 없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임기가 보장되고,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