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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다이어리]험하다던 브라질, 정이 넘치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27 07:26



지난 12일 브라질 상파울루 과룰류스국제공항에 발을 내딛을 때만 해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우울한 소식만 들었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반정부 시위, 군 병력까지 동원할 정도로 불안한 치안 모두 가슴을 졸이게 했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감이었다. 외교부에서는 브라질로 떠나는 취재진에게 '절대안전'을 신신당부했다. 본선 개막과 동시에 사건사고 소식이 터지면서 불안감은 공포로 변했다. 천혜의 자연을 가졌다던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의 거리 풍경 역시 황랑함 그 자체였다. 세계인의 축제와 브라질은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지난 2주 동안 상파울루와 이구아수, 쿠이아바, 포르투알레그레 등 각 도시를 거치면서 브라질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악명높은 '완행비행기'와 연착과 변경이 밥먹듯 이뤄지는 브라질의 환경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불만은 각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눈녹듯 사라졌다. 불안감 속에 홀로 거리를 걸을 때마다 '꼬레이아두술(Coreia Do Sul·한국을 뜻하는 현지어)'을 외치는 브라질 현지인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분에 넘치는 환대 속에 난감했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우리는 반가운 손님이었고, 이웃이자 친구였다. 우리처럼 정이 넘치는 평범한 이들이었다. 근거없는 불안감 속에 그들을 피하고 경계했던 모습이 시간이 흐를수록 부끄러워졌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외로운 싸움을 펼친 홍명보호에겐 든든한 백이었다. 러시아와 결전을 치른 쿠이아바의 노란 물결 속에선 '꼬레이아' 구호가 하늘을 수놓았다.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알제리를 상대로 거짓말 같은 패배를 할 때도 현지인들은 태극전사들에게 오히려 열렬한 성원을 보내주었다. 베이스캠프 이구아수의 주민들은 태극전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다. 골이 터질 때마다 이구아수의 하늘에 함성과 폭죽이 교차했다. 약자를 향한 단순한 동정이 아니었다.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불사르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은 '축구가 곧 인생'인 브라질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지금까지 3곳(이구아수 쿠이아바 포르투알레그레)을 돌아봤는데, 항상 브라질 국민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특히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 시민들은 우리 경기 때마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다"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최고의 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축제와 함께 하는 손님을 맞이하는 브라질인들의 마음은 월드컵 개최국다웠다.
상파울루(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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