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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W열기속 남몰래 빛난 K-리그 축구청춘들의 인생골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5-13 07:31


◇인천유나이티드 조수철이 10일 전북전에서 후반 47분 동점골을 터뜨린 직후 양팔을 활짝 펼친 채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구단

◇울산 1년차 안진범이 11일 부산전 후반 16분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전현철  사진출처=전남드래곤즈 홈페이지

'홍명보호' 브라질월드컵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3인의 선수들이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0~11일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이들처럼 주목받진 못했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워 이긴 이들이 있다. 시련과 눈물을 떨쳐낸 '인생골'에 뜨겁게 포효했다. 태극마크, 월드컵의 꿈을 품은 채 오늘도 어제처럼 묵묵히 공을 차는 이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축구 청춘들의 찬란한 '인생골'을 주목한다.

'교생쌤' 안진범의 데뷔골

울산 공격수 안진범은 '고려대 10번' 에이스 출신이다. 졸업반인 올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FC안양에 자유계약으로 뽑혔고, 한 달여만에 최진수와 맞트레이드되며, K-리그 클래식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11학번 안진범은 5월 들어 모교인 부산 부경고에서 교생실습을 시작했다. 주중에는 교생선생님, 주말에는 프로축구 선수의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안진범은 제주도 출신이지만, 축구명문 부산 부경고로 전학하면서 재능을 꽃피웠다. 연령별 대표팀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고,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조민국 울산 감독이 안진범의 재능을 주목했다. 시즌 초반 6경기에 잇달아 기용하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후 출전기회를 받지 못하며 와신상담했다. 11일 부산전, '월드컵 국대' 김신욱이 벤치에 앉았다. 다시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16분 역습 찬스, 안진범이 골문을 향해 단독쇄도했다. 이원영 김찬영 등 부산 장신 센터백들을 따돌리고 오른발 슈팅으로 짜릿한 추가골을 터뜨렸다. 7경기만에 리그 데뷔골을 신고하며 활짝 웃었다. 조 감독은 "안진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 어려운 각도에서도 슈팅까지 마무리할 줄 아는 좋은 선수다.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만 만든다면 후반기에 많은 도움이 될 선수"라고 평가했다. 안진범 곁엔 든든한 '국대' 멘토들이 있다. '운동머신' 김승규, 김신욱과 그라운드 안팎에서 붙어다닌다. '홍명보호 골키퍼' 김승규는 안진범에게 줄넘기줄을 선물하며, 개인훈련과 체중감량을 독려했다. 김신욱은 부산전 3대0 승리 직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안진범의 플레이가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전메시' 전현철의 마수걸이골

전현철은 하석주 전남 감독의 애제자다. 하 감독은 전남 지휘봉을 잡은 이듬해인 2013년 초, 성남에서 아주대 시절 아끼던 '골잡이' 전현철을 영입했다. U-리그 득점왕 출신 전현철은 아주대 3학년때 프로행을 고집했다. 만류하는 하 감독과 신경전을 펼쳤지만, 결국 돌고도는 프로의 무대에서 운명처럼 재회했다. 지난해 강등전쟁을 펼치던 전남에서 고비때마다 알토란 같은 한방으로 스승의 믿음에 보답했다. 6골로 이종호와 함께 팀내 최다골을 기록했다.

프로 3년차를 맞은 올시즌, 전현철은 고전했다. 스테보, 레안드리뉴, 안용우 등 새로운 선수들과의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 선발기회를 잡지 못했다. 부담감 때문인지 조커로 출전해서도 예의 날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광양루니' 이종호가 11경기만에 5호골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다. 하 감독은 인터뷰때마다 "전현철 심동운 등 다른 공격수들도 분발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10일 포항전 0-2로 몰리던 후반 9분, 이종호 대신 전현철을 투입했다. 10분 후인 후반 19분, 전현철의 만회골이 터졌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6경기만의 첫골, 마수걸이골이었다. 이날 전현철은 동점골까지 노리며 바지런히 뛰었지만, 1대3으로 패했다. 전현철은 "팀이 져서 아쉽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월드컵 휴식기를 앞두고 골맛을 본 것은 전현철 개인에게나, 4강 전남에게나 의미있는 수확이다. "휴식기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후반기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번외지명' 조수철의 전북전 데뷔골


지난해 겨울 안익수 전 성남 감독은 우석대 출신 미드필더 조수철을 번외지명 선수로 뽑아올렸다. 제주도 전훈지에서 조수철이 맹렬히 뛰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 선수가 2000만원짜리 선수라는 게 믿어지느냐? 2억원대 선수 못지않게 영리하고 성실하다. 두고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첫시즌, 조수철은 부상으로 인해 성남에서 한경기도 뛰지 못했다. 2014시즌 우석대 시절 은사인 유동우 인천 유나이티드 수석코치가 조수철을 품었다. 10일 강호 전북전은 조수철의 K-리그 데뷔전이었다.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27분 김봉길 인천 감독이 무명의 조수철을 투입했다. 신의 한수였다. 패색이 짙던 추가시간, 후반 47분 기적같은 동점골이 터졌다. 조수철이 박태민의 크로스에 이은 이효균의 패스를 오른발 강슛으로 마무리했다. 1대1, 최하위 인천이 2위 전북과 비겼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17개월간 남몰래 준비한, 성실함은 기어이 빛을 발했다.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데뷔전에서 팀을 패배에서 구하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안았다. 김 감독은"(조)수철이는 워낙 성실해 훈련 때부터 지켜보고 있던 선수다. 중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해줬다. 후반기 더 큰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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