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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첼로티 "3-0 이어도 끝난 게 아냐" 이스탄불의 악몽 '회상'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4-04-30 16:00


'이스탄불의 기적' 당시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제라드와 베니테즈 감독(상), 뮌헨을 4-0으로 대파하며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안첼로티 감독(중), 탄크레디 기자 트위터(하)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2014년 챔피언스리그 도중 홀연히 9년전의 악몽을 떠올렸다고 고백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각각 2골을 터뜨린 호날두와 세르히오 라모스의 수훈으로 4-0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1-2차전 합계 5-0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결승전에 올랐다.

이날 베인 스포츠의 탄크레디 팔메리 기자는 안첼로티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왜 3-0에서도 사비 알론소를 교체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레알 마드리드 중원의 핵심 선수인 알론소는 이날 레알 마드리드가 3-0으로 앞선 전반 38분,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3번째 경고를 받아 결승전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알론소를 대체할 선수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 3-0으로 앞서도, 경기는 끝난 것이 아니다. 난 3-0이라도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경험을 이미 했었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흔히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리지만, 안첼로티 감독과 AC밀란에게는 '이스탄불의 악몽'으로 부를만한 9년 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린 것.

지난 2005년 5월 26일(한국 시각)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AC밀란은 전반까지 리버풀에 3-0으로 앞서 완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AC밀란은 후반 들어 급격한 난조에 빠졌고, 제라드를 시작으로 연속 3골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AC밀란은 리버풀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AC밀란의 중심 선수였던 안드레아 피를로는 최근 자신의 자서전에서 '영원히 낫지 않는 상처이자 악몽'이라고 표현하며 "당시 나는 은퇴를 고민했다. 눈만 감으면 춤추는 두덱과 리버풀 선수들이 내게 찾아왔다. 아직도 그때의 꿈을 꾼다"라며 당시의 고통을 회상한 바 있다.

리버풀의 3번째 골이자 동점골을 터뜨린 선수가 바로 알론소였다. 유리해도 방심하지 않는 안첼로티 감독의 조심스러움과 더불어 고통스러운 과거에 빗댄 유머 감각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안첼로티 감독은 '티키타카는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티키타카를 죽였다고? 천만에. 축구는 절대 죽지 않는다"라고 시적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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