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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 감독, '닥공' 일시 포기 선언 왜?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4-30 07:28



'닥공(닥치고 공격)'은 전북 현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2005년 여름, 최강희 감독이 전북에 부임한 이후 꾸준히 공격 축구를 추구하며 '닥공'을 K-리그 대표 브랜드로 키웠다.

2014년, 전북에 '닥공'이 사라졌다. 오히려 '닥공'이 아닌 '빈공'이 어울린다. 전북은 올시즌 K-리그 클래식 10경기에서 14골을 넣었다. 10라운드 경남전에서 4골을 넣으며 경기당 평균 득점을 바짝 끌어 올렸지만 9라운드까지 경기당 1.1골을 넣는데 그쳤다. 2011년 2.22골(32경기-71득점), 2012년 1.86골(44경기-82득점), 지난해 1.60골(38경기-61골)에 비하면 전북의 득점력은 확실히 떨어졌다.이유가 있었다. 세 달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시즌 전,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최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올시즌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공수 밸런스다"라고 말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과 월드컵 휴식기로 인해 예년보다 빡빡해진 경기 일정을 받아든 뒤 내린 결론이다. 최 감독은 3~4월 두달간, 일주일에 2~3경기씩 소화해야 하는 일정속에서 '살아남는 자가 강한자가 된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됐다. 경기 내용이 아닌 결과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통과와 리그 상위권 유지를 위한 선택이었다.

리그 개막 후 두 달이 지난 현재, 전북의 '빈공'에 대해 최 감독은 "나는 올시즌 '닥공'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공격력이 약해진 건 맞다"고 말했다. '닥공' 없는 전북은 아슬아슬한 행보를 보였다.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4월 초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정상궤도를 향해 가고 있다. ACL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클래식에서는 2위를 질주 중이다. 이에 최 감독의 생각은 확고해졌다. "먼저 실점을 하게 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더 커진다. 일정상 먼저 실점을 하지 않는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이제 당분간 전북에 '닥공'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얘기 해야 할 것 같다." 전북의 '닥공' 포기 선언이다.

자신이 있었다. 그는 "그동안 전북이 공격력은 좋았지만 그만큼 실점도 많이 했다. 2011년에도 공격력으로 실점을 만회해 우승했다. 하지만 올해는 무실점 경기가 많아졌다. 수비력이 좋아졌다. 올시즌 팀 컬러가 바뀌었다"고 했다. 2011년 전북은 리그를 제패한 2011년 32경기에서 34실점을 했다. 경기당 1골 이상씩 허용했다. 2012년과 2014년 평균 실점도 각각 1.11골(44경기-49실점), 1.29골(38경기-49실점)이었다. 반면, 올시즌 전북은 수비가 강한 팀으로 거듭났다. 리그 10경기에서 7실점에 그치고 있다. 6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지난해 정인환, 김기희 등 중앙 수비수를 영입하며 수비진 리빌딩을 했고, 올시즌 수비 강화로 결실을 맺고 있다. 공격력이 아닌 공수 밸런스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닥공'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닥공'에 매료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서도 '닥공'은 포기할 수 없다. 단, 조건이 있다. 최 감독은 "(닥공 포기는)나도 원하는 바는 아니다. 팬들이 홈에서 즐거운 경기를 즐길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일정이 다시 느슨해지거나, 공수 밸런스가 안정이 된다면 다시 공격 성향을 꺼내 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공수밸런스가 안정이 됐을 때, 최 감독은 3대2 승리가 아닌 3대0 승리를 머릿속에 그릴 예정이다. 현재의 1대0 불안한 승리는 3대0의 대승을 거두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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