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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의 '白징크스', 껄끄러운 흰-빨-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4-30 07:28


◇차두리가 지난 2010년 6월 27일(한국시각) 포트엘리자베스에서 펼쳐진 우루과이와의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패한 뒤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붉은악마'는 A대표팀의 고유명사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1983년 멕시코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4강 신화의 돌풍을 일으키자 붙은 별명이다. 한때 붉은 유니폼을 멀리한 적이 있다.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일본과의 19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0대1로 패한 게 단초가 됐다. '도하의 기적'으로 본선행 티켓은 따냈다. 그러나 대표팀이 본선에서 입고 나선 것은 흰색과 푸른색 유니폼이었다. '일본에게만은 지지 않는다'는 극일(克日)의 정신에 상처가 났다. 트라우마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구기 전까지 악몽은 계속됐다.

홍명보호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입고 싸울 유니폼의 색깔은 붉은색(홈)과 흰색(원정)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붉은악마'로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9일 대한축구협회에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착용할 경기별 유니폼 색상을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6월 18일(이하 한국시각)과 27일 쿠이아바와 상파울루에서 각각 펼쳐질 러시아, 벨기에전에서 상하의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고 뛴다. 러시아는 상하의 붉은색, 벨기에는 상하의 검정색 유니폼을 입는다. 벨기에전의 경우 한국이 홈팀으로 되어 있으나, 벨기에의 원정 유니폼이 검은색이어서 붉은색과 차별화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3일 포르투알레그리에서 펼쳐질 알제리전에서는 한국이 상의 붉은색, 하의 푸른색의 홈 유니폼을 입고, 알제리가 상하의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는다.

A대표팀은 상하의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선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무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1958년 스위스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A대표팀은 8번의 월드컵에 나섰다. 총 28경기에서 5승8무15패에 그쳤다. 이 가운데 상하의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선 건 4경기였다. 1무3패로 부진했다. 하나같이 아픈 기억들 뿐이다. 16강 출전을 목전에 두고 치른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는 0대2로 완패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전이었던 2010년 남아공 대회 우루과이전에선 1대2로 졌다. '화이트 징크스'는 월드컵 뿐만이 아니었다. 대표팀이 2001년부터 10년간 치른 A매치 기록을 살펴보면 상하의 모두 흰색 유니폼을 착용했을 때의 승률은 20%에 불과하다. 붉은색 상의 유니폼의 승률 46%, 흰색 상의 유니폼 승률 33.3%보다 크게 떨어진다.

물론 좋은 기억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월드컵 본선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에서 홍명보(현 A대표팀 감독) 서정원(현 수원 감독)의 연속골로 2대2 무승부를 일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선 일본을 상대로 2대0으로 완승했다. 그러나 올림픽은 월드컵이나 A매치가 아니다.

징크스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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