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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최강자' 장하나, LPGA서 배운 '즐거운 골프'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4-30 07:28


장하나. 사진제공=KLPGA

지난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관왕(대상, 상금왕, 다승왕)을 휩쓴 '장타 소녀' 장하나(22)는 지난 3월 말, 야심찬 포부를 갖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해 KLPGA 투어 상금랭킹 1위 자격으로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꿈꿨다. 세계의 벽은 높았다. 장하나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8오버파 296타로 공동 55위, 롯데 챔피언십에서 1오버파 289타로 공동 32위로 부진했다. 2개 대회에서 언더파 스코어 한 번 기록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경남 김해의 가야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 출전한 장하나, 그가 짧게 겪은 LPGA 투어의 경험을 전했다. "건방지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미국에 자신감이 가득해서 갔다. 아마추어 시절 미국에서 대회에 출전한 경험도 있고 KLPGA 투어에서 1등했는데 미국에서 못할까라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현실을 보니 아직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장하나가 분석한 부진의 이유는 다양했다. 실력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다. "LPGA 투어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를 해보니 내가 아직 배워야 할게 너무 많더라." 하지만 그의 샷 감각을 더욱 무디게 한 건 '이방인'이 느끼는 외로움이었다. 장하나는 "미국에서 정말 외롭게 공을 쳤다. 버디를 해도 주변에 갤러리가 없으니 세리머니를 할 필요도, 함께 기뻐해줄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2011년 KLPGA 투어에 입성한 이후 스타덤에 오른 장하나는 평소 한국 무대에서 280야드에 이르는 장타에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국내 갤러리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LPGA 투어에서 장하나는 철저히 무명이었다. 갤러리없이 쓸쓸하게 치른 두 개 대회에서 장하나는 외로움에 스스로 무너졌다.

갤러리의 힘이 증명됐다. 장하나는 올시즌 처음으로 치른 첫 국내 대회,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장하나는 "한국에 와서 원했던 분위기를 느꼈다. 미국에서 너무 외롭게 공을 쳐서 한국에 빨리 오고 싶었다. 국내 팬들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좋다"며 기뻐했다.

LPGA 무대에서 아픔만을 겪고 온 것은 아니었다. 22세인 그는 길고 긴 투어생활에 도움이 될 큰 깨달음을 얻어 왔다. 시야를 넓혔다. 그는 "일부러 LPGA 투어 선수들은 어떻게 치는지 보기 위해 경기장에 3시간 일찍 나갔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캐리 웹(호주)의 경기를 봤다. 골프를 정말 쉽고, 재미있고, 노련하게 치더라. 골프를 즐기면서 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 미국 선수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도 들었다. 한국 선수들이 20대에 LPGA 무대를 호령하다 30대에 급격하게 성적이 추락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었다. 즐기는 골프가 아닌 치열한 골프가 문제였다. 장하나는 "한 선수가 한국 선수들은 너무 성적에 얽매이고, 남의 시선에 많이 신경쓴다. 골프장을 전쟁터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장하나는 외국 선수들이 골프 대회를 즐기는 모습을 눈에 가득 감았다. 앞으로 투어 생활을 하는데 본보기로 삼아야 할 모습이다. 그는 "LPGA 투어 대회는 시합 전날 '웰컴 파티'를 한다. 경기가 있으면 선수들은 골프장을 축제의 장으로 생각한다. 대회에 출전하면 신나게 공을 치고 성적에 맞는 상금을 챙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은 하와이에 가면 대회장에만 갔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데 외국 선수들은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에 가서 충분히 즐기고 쉬다가 온다. 나도 즐기면서 골프를 치고 싶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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