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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하기 싫다"던 안양 감독의 무모한 도전, 신화용에 막혔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4-30 22:53


"포항은 외국인선수가 없는데 우리가 외국인선수를 출전시키면 치사하잖아요."

이우형 FC안양 감독의 얼굴에는 남모를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 한 수 아래였다. 상대는 디펜딩챔피언이자 K-리그 클래식 선두를 질주 중인 포항 스틸러스였다. 베스트멤버를 내놓아도 시원치 않았다. 그런데 이 감독은 3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4년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32강)에서 '브라질 듀오' 바그너와 펠리피를 모두 교체명단에 포함시켰다. 경기 전 "바그너는 될 수 있으면 출전시키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 감독의 발언은 승부의 세계, 특히 단판 승부에서 과감함을 넘어 무모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 감독이 포항과 같이 콘셉트를 '토종축구'로 잡은 이유가 있었다. 속내는 씁쓸했다. 바그너와 펠리피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이 감독은 "바그너의 컨디션이 60%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수비도 그렇지만 공격에도 문제가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면에는 숨겨진 이유가 또 있었다. 철저한 대비로 밑바탕을 그렸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포항이 베스트멤버를 짠 것에 만족스러워했다. 이 감독은 "포항이 오히려 1.5군이나 2군을 내는 것을 더 걱정했다. 수준이 한 수 위인 포항 주전 선수들과의 맞대결은 우리 선수들에게 큰 경험이자 공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으로써는 포항에 패해도 밑질게 없는 장사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즐거운 경기를 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보여줄 몫은 보여주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또 맞춤형 수비전술도 마련했다. 이 감독은 "첫 번째는 전방 공격수들에게 압박을 강조했다. 두 번째는 수시로 수비 포메이션을 바꾸면서 상대 공격의 핵인 이명주와 김승대를 막으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결국 치사(?)해졌다. 욕심이 생겼다. 기존 전략대로 전반을 0-0으로 마치자 이 감독은 후반 39분 바그너를 교체투입했다. 바그너는 후반 40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날카로운 슈팅으로 포항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바그너의 투입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안양은 위협적인 세트피스 상황을 연출하며 포항을 압박했다.

또 전후반 90분을 0-0으로 마친 뒤 연장에 돌입하자 이번엔 연장 전반 5분 펠리피마저 교체투입했다. 안양은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포항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낸 뒤 바그너와 펠리피를 활용한 공격으로 맞섰다.


그러나 연장 후반 12분 암운이 드리웠다. 수적 열세에 놓였다. 수비수 김종성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다. 그러나 안양은 포항의 막판 공세를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로 막아내며 승부를 승부차기로 끌고갔다. 하지만 이 감독의 무모한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신화용 포항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에 가로막혔다. 네 차례나 선방했다.

안양=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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