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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럽맨' 김철호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있는 법"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4-11 07:37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있는 법이죠."

성남FC의 중원을 지휘하는 김철호(31)는 스스로를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고 표현했다.

동곡초-역곡중-정명고 시절,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김철호는 "고교 졸업 이후 축구를 그만 두려고 했었다. 동기들이 전문대를 가거나 거의 그만뒀다. 나도 '여기까지인가 보다'하고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축구선수로 성공 안해도 되니 대학교는 나와야 되지 않겠냐"던 부모님의 설득이 김철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김철호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 2001년 강원관광대에 입학했다. 이듬해 축구 인생의 반전이 일어났다. 그 해 여름 테스트를 보고 성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고(故) 차경복 전 성남 감독의 눈에 띄었다. 2군 생활을 하던 김철호의 프로데뷔는 2004년이었다. 벌써 프로 12년차지만, 주연급 활약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그라운드에선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했다. 팀 내 살림꾼이었다.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올시즌 '주연급 조연'이 돼가고 있다. 신호탄은 지난달 26일 쏘아올렸다. 수원전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35분 쐐기골을 터뜨렸다. 그의 발은 세 경기 만에 또 빛났다. 9일 울산전에서 후반 9분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시즌 2호골이자 팀에 시즌 2승째를 선물했다.

김철호는 '원클럽맨'이다. 2011~2012년 군입대를 빼면 성남에서 10년간 활약하고 있다. 차경복 김학범 신태용 안익수 박종환 등 다섯 명의 사령탑을 거치면서도 계속해서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김철호는 "지도자 복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부터는 '호랑이' 박종환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김철호는 "박 감독님께서 성남에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긴장을 많이했다. 주위에서 '매를 맞고, 운동도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루머는 루머일 뿐이었다. 그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더라.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많이 위하시는 것 같다. 편안하게 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호랑이 감독' 밑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이미 터득했다. "훈련할 때 집중하려고 한다. 감독님께서 안보시는 척해도 산전수전 다 겪은 분이라 다 보시더라. 감독님 마음에 들려면 더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김철호는 지난시즌부터 7번을 달고 뛰고 있다. 신태용 전 감독이 달던 영구결번을 지웠다. 김철호는 "제대하고 7번을 달았다. 탐이 났다. 영구결번이라 부담이었다. 신 감독님께서 허락을 하셨다. 지금도 부담이다. 바꿀까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팀 내 최고참급이 됐다. 내성적인 김철호는 고참에 맞게 성격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항상 솔선수범한다는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 나이를 먹으니깐 조심스럽다. 후배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어떻게 해줘야 하나라는 고민도 많다"고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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