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1일부터 새롭게 출발한다.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품을 떠난다. 삼성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 품으로 안긴다. 수원의 정식 명칭은 '삼성전자축구단 주식회사'에서 '수원삼성축구단 주식회사'로 바뀐다. 구단주 역시 박찬형 제일기획 재무담당전무(CFO)로 바뀌었다.
걱정어린 시선이 많다. 가장 큰 걱정은 '투자 위축'이다. 제일기획은 '갑'인 삼성전자로부터 돈을 받아 마케팅 효과를 내야하는 '을'이다.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당장의 성과에 집찰할 수 있다. 성과는 대개 다른 대상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제일기획 입장에서 수원의 비교대상은 첼시다.
수원은 다르다. 수원 역시 삼성전자로부터 첼시와 비슷한 규모의 돈을 받는다. 2013년 5월 공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로부터 288억원을 받았다. 수원의 투자 효과는 첼시 후원 투자 효과에 미치지 못한다. 수원이 만약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한 뒤 클럽월드컵에 진출, 우승한다고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상금은 69억원정도다. 광고효과는 있겠지만 첼시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이마저도 최상의 경우를 가정했을 때다. 현실화되기 어렵다. 제일기획 입장에서는 수원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큰 잘못이다. 우선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수원에 대한 삼성전자의 투자는 단순한 스폰서링이 아니다. 사회공헌측면이 있다. 수원을 통해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국내에서 막대한 이득을 남기는 거대 기업이 해야만하는 필수 의무다. 사회공헌을 유형화시켜 삼성전자에 제시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도 '투자'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다. 구단 마케팅 효과의 기본 데이터는 관중수다. 관중이 많을수록 그 구단의 가치는 올라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가치가 커진 것도 1차적으로는 많은 관중수 덕분이었다.
관중 유치의 정답은 '성적'이다.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1996년 K-리그에 참가한 수원은 18번의 시즌을 보냈다. 전년과 대비해 성적이 올랐을 때 수원의 평균 관중도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8년이다. 1997년 5위였던 수원은 1998년 우승을 차지했다. 평균관중 증가폭은 176%나 됐다. 반면 순위가 떨어지면 평균관중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좋은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키울 수(육성)도 있고 사올 수(영입)도 있다. 어느 한쪽만 강조하면 안된다. 양쪽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육성과 영입에도 돈이 든다. 결국 투자라는 말이다. '투자→성적→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 새로운 수원의 기본 골격이 되어야 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