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단어로 곱씹어 본 전북의 광저우전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3-20 07:41


광저우(중국)=사진공동취재단

K-클래식의 '1강' 전북 현대가 중국의 '1강' 광저우 헝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북은 18일 중국 광저우의 텐허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3차전에서 광저우에 1대3으로 패했다. 3년 연속 ACL 조별리그에서 만난 전북-광저우의 대결은 올시즌 ACL 조별리그 최고의 '빅 매치' 중 하나였다. '디펜딩 챔피언' 광저우의 저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전북은 광저우의 화력보다 오심에 울었다. 경기 흐름을 순식간에 바꿔 놓은 주심의 휘슬이 명승부의 옥에 티였다.

첫 패

'폭풍 영입'을 통해 '닥공(닥치고 공격)'을 업그레이드 한 전북은 시즌 초반부터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ACL 1차전,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모두 3대0의 완승을 거뒀다.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ACL 2차전에서는 2대2 무승부를. 인천 원정에서는 1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4경기에서 3승1무, 9득점-2실점으로 공수 밸런스도 완벽했다. 5경기만에 승점을 얻는데 실패했다. 첫 패전의 상대가 하필 '숙적'인 광저우였다. 광저우의 측면 공격에 전북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3실점 모두 측면 돌파에 의한 크로스로 헌납했다. 호주→인천→중국으로 이어진 '살인 일정'을 위해 팀을 이원화시킨 최강희 전북 감독의 전략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데 그쳤다. 1패의 아픔이 컸다. 전북은 광저우(1위·승점 7점)전 패배로 G조 2위(승점 4·1승1무1패·골득실차 +1)에 머물렀다. 남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16강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오심

명승부였다. 두 팀은 화끈한 공격을 앞세워 쉴 새 없이 상대의 골문을 노렸다. 휘슬이 공격 축구의 맥을 끊었다. 상황은 1-2로 전북이 뒤진 후반 13분에 발생했다. 윌킨슨의 로빙 패스가 문전으로 이어졌고, 혼전 상황에서 정인환이 머리로 공을 밀어 넣었다. 득점 세리머니를 펼치려던 순간,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골키퍼 차징 파울이었다. 그러나 정인환과 골키퍼의 충돌은 이미 공이 정인환의 머리를 맞고 골문으로 향하던 중 일어났다. 심지어 광저우의 골키퍼 정 청이 실점을 인정하는 듯 동료 수비수에게 수비 실수를 지적하고 있던 중이었다. 득점은 무효 처리됐다. 최 감독은 고개를 저었고, 전북의 주장 이동국이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오만 출신의 압둘라 모하메드 알 히라리 주심은 '노(No)'라는 외마디와 함께 경기를 속개했다. 전북은 3분 뒤에 추가골을 헌납하며 1대3으로 패했다. 축구는 흐름의 싸움이다. 전북은 동점골을 위해 공세를 펼쳤다. '만약'에 정인환의 득점이 인정돼 2-2로 동점을 기록했다면 흐름은 전북에 더 유리할 수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홈페이지를 통해 '전북이 후반 13분 동점골을 기록했지만 주심이 전북의 노력을 무산시켰다'며 오심을 지적했다.

복수

3년 연속 조별리그에서 만난 전북과 광저우의 인연이 오심으로 인해 악연이 됐다. 최 감독도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경기는 우리가 졌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나는 만족한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광저우를 이길 팀은 없다. 정인환의 동점골을 완벽한 골이었다. 먼저 헤딩을 했고 골이 들어간 다음에 골키퍼가 와서 접촉을 했다. 아무 문제가 없는 동점골을 무효로 처리했다. 명백한 오심이다. 축구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그 골이 인정돼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면 경기 결과는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기자들의 도발(?)도 이어졌다. '광저우가 홈 어드밴티지를 얻었다고 했는데 전북 홈경기에서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최 감독은 "그건 내가 대답할 것이 아니라 심판에게 물어봐라. 광저우가 올해도 우승하길 바란다"며 독설로 응수했다. 이어 "전북은 홈에서 이번 경기에 대해서 복수를 해 줄 것이다"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전북과 광저우의 '리턴 매치'는 4월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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