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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뚫고 마지막훈련 '성남일화의 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11-26 07:57



성남 일화는 지난 23일 대구FC와 마지막 홈경기를 치렀다. 25년간 한결같이 지지해준 서포터스 앞에서 눈물의 작별을 고했다.

다음날인 24일에도, 성남 일화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모든 일상은 평소와 같았다. 선수단도 정상훈련을 이어갔다. 오후 3시30분,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흐린 하늘 아래, 선수단이 성남종합운동장에 나타났다. 27일 성남 일화의 마지막 경기, 전남 원정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올시즌 성남은 전남에 유독 약했다. 전남과의 3경기에서 1무2패로 부진했다. 올시즌 연승의 상승세를 끊어놓은 건 언제나 얄미운 전남이었다. 필승의 각오로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김철호 김성준 박진포 김태환 등 전날 베스트일레븐으로 나섰던 선수들은 회복훈련을 했다. 스트레칭을 한 후 가볍게 몸을 풀듯 트랙을 돌았다. 김동섭 황의조 김평래 등 전날 경기에 나오지 않은 선수들은 정상훈련을 시작했다. 안익수 성남 감독이 선수들에게 말했다. "이제 성남 일화의 마지막 한경기가 남았다. 쉬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쉬고 싶으면 쉬어도 좋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을 위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사람과 쉬는 사람의 내일은 분명 다를 것이다."




오후 4시를 넘어서며 한두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어느새 굵은 빗줄기로 변했다. 차가운 겨울비에 선수들도 감독도 개의치 않았다. "더 빨리! 탁! 탁! 바로 바로 주란 말이야!" 호랑이 감독님의 불호령이 그라운드를 쩌렁쩌렁 울렸다. 빗줄기 사이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퍼져나갔다. 빗물과 땀방울로 온몸은 흠뻑 젖었다. 성남 특유의 '열맞춰' 대오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원터치 패스 훈련, 전술 훈련을 이어갔다. 2시간여의 빗속 강훈을 마친 성남 유스 공격수 황의조가 털썩 주저앉았다. 안 감독이 정신이 아뜩해질 만큼 전력을 쏟은 '애제자' 황의조의 등뒤로 외쳤다. "의조야, 큰 선수가 되려면 공간을 보고 움직일 줄 알아야 돼." 1년전 '실미도 훈련'으로 회자되며 눈밭을 뒹굴던 첫 동계훈련 풍경과 겨울비속 마지막 팀 훈련의 치열함이 다르지 않았다.

안 감독은 "그때와 치열함은 같지만, 선수들의 전술 소화능력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냐"며 웃었다. 지난 1년간 지옥훈련을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의 노력과 그간의 성장을 칭찬했다. 성남 선수들의 훈련량은 14개 구단 중 단연 1등이다. 1년동안 훈련을 쉰 날을 손으로 꼽을 정도다. 선수들은 1년간 안 감독 스타일에 녹아들었다. 일요일 빗속 훈련에 대해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몸은 힘들었지만, 오늘 훈련 분위기는 진짜 최고였다"며 웃었다. 성남 일화 숙소의 화이트보드엔 27일 전남전을 위한 마지막 일정이 시간대별로 빼곡하게 씌어 있었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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