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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의 러시아전, '이음새 부족'에 울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11-20 09:16 | 최종수정 2013-11-20 09:29



어려운 경기였다. 홍명보호는 19일 밤(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자빌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A매치 친선전에서 1-2로 패했다. 중립 지역에서 치러진 경기라고는 하지만 '이동 거리'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유럽파들은 한국으로 날아와 지난 금요일 스위스전을 치른 뒤 다시 중동으로 날아가는 일정을 버텨내야 했다. 원하는 바를 모두 쏟아내기란 불가능한 평가전이었다.

그럼에도 전반 6분 만에 기선을 잡았다. 김신욱이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의 실수를 골로 연결한 것. 홍명보호 출범 이후 가장 이른 시각에 터진 골이었다. 지금껏 선제골을 기록한 것은 아이티전이 전부, 늘 따라가는 데 익숙했던 것과 달리 앞선 상황에서의 경기 운영에 대해 미리 체크해볼 기회였다. 전반 12분, 수비진의 마킹 부족에 정성룡의 실수까지 겹치며 동점골을 헌납했으나, 이후에도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공격의 리듬은 끊이질 않았고 충만한 자신감으로 잡아낸 슈팅 타이밍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공격의 불길은 전반 중반부터 서서히 사그라졌다. 보통은 6~70분부터 나타날 체력 저하의 문제가 조금 더 이른 시점부터 나타나기도 했을 것이고, 불과 며칠 동안 고무줄 늘였다 줄이듯 휙휙 바뀌어버린 시차에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터다. 또, 상대는 포르투갈을 조 2위로 눌러 플레이오프로 보내버린 러시아였다. 여러 요소들이 뒤섞여 기대했던 화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엔 '공격 전환 과정에서의 이음새 부족'이라는 홍명보호의 문제가 반복된 점도 꼬집어봐야 한다.

기성용이 아래로 내려가 후방 플레이메이킹을 시작한다. 상대는 최소 1명에서 최대 3명까지 전방 압박에 열을 올린다. 중앙선 아래로 무혈입성하는 것을 방해하며, 높은 진영에서 볼을 탈취해 보다 쉬운 공격 상황을 만드는 게 그들의 목적. 하지만 괜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쌓은 경험치가 아니다. 빠르고 거친 압박을 매주 견딘 기성용에겐 넓은 시야와 안정된 기술로 빚어진 탈압박 능력이 있다. 터치를 최소화한 패스는 상대의 압박 블록을 와해하고, 때로는 본인이 직접 돌아 다음 장면을 진행한다.

덕분에 홍명보호는 볼을 '소유'하며 상대 진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메리트를 지닌다. 더욱이 김영권-홍정호중앙 수비라인이 볼을 만지는 기술이나 패싱력도 워낙 뛰어나 빌드업은 여느 팀 부럽지 않다. 다만 이번 러시아전은 이 작업이 수월하지 않았다. 기성용에게 상대 공격수가 몰리면서 상대 진영엔 자연스레 공간이 드러나기 마련. 공격수만 올라와 미드필더 사이에 공간이 생겼든, 아니면 라인 전체를 끌어올려 최종 수비와 골키퍼 사이의 공간이 비든 그 공백을 적시에 정확히 찌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후방에서 돌던 볼이 제 템포에 살아 나오지 못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넓은 활동량에 득점력도 갖춘 이근호는 아래로 내려와 창의적인 경기를 풀어내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지난 스위스전에서 줄곧 내려와 발과 머리를 가리지 않는 연계로 김보경을 도운 김신욱은 힘이 떨어졌다. 양 측면의 손흥민, 이청용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고, 이를 보완할 박종우도 그리 역동적이진 못했다.

상대의 수비 조직을 흔들지 못한 공격진에게 볼을 정확히 전달하기엔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패스를 투입할 공간은 보이지 않았고, 거리가 너무 멀어 정확한 볼 배급도 어려웠다. 더욱이 확실한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재는 몇 경기째 홍명보호를 괴롭히고 있는 형국.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는 이청용에게 의존하고는 있지만, 이 선수에게 전방 플레이메이커의 짐이 몰리는 건 전혀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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