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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이 희망이다]女농구 전민-가락고의 아름다운 결승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11-20 08:2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농구대회 여자고등부 우승팀 전민고 송진경과 이유리가 상장과 트로피를 받고 있다.


16일 충주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농구대회 여자고등부 결승전, 대전 전민고와 서울 가락고의 여학생들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지난 봄부터 지역, 시도 대회에서 승승장구한, 평범하고도 특별한 여학생들이 전국 무대에 나섰다. 각 시도를 대표하는 8개팀이 혈투를 벌인 끝에 2팀이 결승에 올랐다.

전민고는 지난해 여자중등부 우승팀인 전민중 에이스들이 그대로 올라온 강팀이다. 가락고는 여학생 스포츠클럽의 모범사례다.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출신 농구선수이자 세아이의 엄마인 열혈 체육교사 이정미 선생님이 3년째 지도해온 강호다. 한치 양보없는 결승전은 실력,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전민고 '전민중 1등'들이 다시 뭉쳤다

이번 대회, 대전 전민고는 적수가 없었다. 신체조건과 기본기, 실력에서 단연 우월했다. 2년째 손발을 맞춰온 여학생들은 예선부터 승승장구했다. 매경기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경기 부흥고를 20대6, 강원 민족사관고를 28대4로 대파했다. 지난해 전민중 MVP 출신인 송진경이 저돌적인 돌파를 선보이며 코트를 휘저었다. 1m70이 넘는 롱다리 미녀 이유리가 정확한 레이업 슈팅을 잇달아 쏘아올렸다. 준결승은 최대 격전지였다. 동지여고를 25대20으로 눌렀다. 결승에서는 가락고를 22대9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농구팀 감독인 최은천 교사는 "선수들 대부분이 지난해 전민중 우승멤버"라고 소개했다. "학교에서 칭찬받는 모범생들이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아이들"이라고 덧붙였다. 전민고 라인업은 지난해 전민중 우승멤버 중심, 1학년 여학생들로 짜여졌다. 중학교 때부터 다져진 기본기와 팀워크가 고등학교까지 이어졌다. '이기는 법'을 아는 소녀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피나는 연습도 뒤따랐다.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지만 지역의 자존심도 걸었다. 상대 팀의 경기 비디오까지 분석하며 치밀하게 준비했다. 최 교사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야간자율학습 시간 1시간반을 빼 연습했다. 대회 직전엔 하루 3시간씩 집중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컨디션이 좋지않아 링거까지 맞아가며 뛰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전민중 13번 이유리는 단연 돋보였다. 22점 가운데 8점을 책임졌다.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강인한 체력과 과감한 슈팅력을 선보였다. 고비때마다 달아나는 한방을 쏘아올렸고, 자유투 찬스도 놓치지 않았다. 백발백중 슈팅에 찬사가 쏟아졌다. 이유리는 '전국 1등'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농구를 시작하면서 삶이 달라졌다"고 했다.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해 미처 몰랐던 재능을 발견했다. "체육 쪽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2년째 함께 뛰는 친구들은 '베스트 프랜드'다. "교실에서 수다 떠는 친구들과, 코트에서 땀흘리며 만나는 친구들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더 가까운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주말이나 심심할 때면 '농구 한판'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 "운동을 함께 하면서 혐동심과 배려를 알게 됐다. 농구를 하면서 체력이 좋아졌고, 공부할 때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웃었다.



◇에이스의 부상 악재를 딛고 준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가락고 '손모아'도 활짝 웃었다. 왼쪽부터 김환길 가락고 교장 배선영, 차유진, 윤소정, 장유정, 김주희, 홍예지, 이정미 가락고 체육부장.
가락고, 에이스 부상 시련 딛고 아름다운 2위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가락고는 에이스 장유정의 부상이 뼈아팠다. 가락고 총득점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선수다. 동지여고와의 예선 1차전 1쿼터에서 무릎이 돌아갔다. 예기치 못한 위기는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18대17, 한점차 승리를 거뒀다.예선 2차전, 1m80대 장신 선수 2명이 버틴 삼천포여고를 상대로 고군분투했다. 15대11로 이겼다. 2승으로 준결승행을 확정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확인했다. 가락고는 준결승에서도 충남 대표 온양여고를 16대13으로 꺾었다.


'최강' 전민고와의 결승전은 예상대로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었다. 초반 저돌적인 공세에 나선 제2 득점원 배선영이 1쿼터에 5반칙 퇴장을 당했다. 1m70도 채 안되는 작은 키의 선수들이 필사적인 수비전술로 맞섰다.

여자축구 서울시 우승팀 '발모아'의 멤버들이기도 한 이들은 강철 체력으로 승부했다. 3-4쿼터, 이정미 교사는 선수들에게 비장하게 말했다. "목표는 격차를 줄이는 거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제자들에게 '씩씩하고 당당하게 지는 법'을 주문했다. '올코트 프레싱', 상대 골밑에서부터 '맨투맨'의 질긴 수비가 이어졌다. 3쿼터, 가락고는 전민고의 공세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몸을 던졌다. 단 1골만을 허용했다. 22대9로 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패배였다. 선수들은 결코 기죽지 않았다. 에이스의 부재, 뜻밖의 위기속에 치른 전국대회에서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기적같은 준우승을 일궜다. 이어진 시상식, 에이스 장유정이 다리를 절뚝이며 앞으로 나섰다. 준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3년간 손발을 맞춰온 친구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서로를 향해 "고맙다" "미안하다"를 연발했다.

학교 스포츠클럽의 열렬한 지지자인 김환길 가락고 교장이 애제자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다! 최고다!" 교장선생님 역시 등번호 '0번'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가락고 스포츠 클럽의 슬로건 "슈어 위 캔(Sure We Can, 분명 우리는 할 수 있다)"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이긴, '1등 소녀'들의 스포츠 클럽 현장은 훈훈했다.
충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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