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검사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월드컵 때, 올림픽 때도 받아서 다 출전했는데. 그때도 어린 나이에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수도 없네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걸쳐 의학 및 영상촬영, 진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남성, 여성 사이의 성인 '인터섹스(intersex)'에 대한 확진도 가능해졌다. 기술의 발달과는 별개로 스포츠계의 성별 감정은 더욱 심층적이고 복잡다단해졌다. 생물학적 성별보다 사회적 성정체성에 대한 존중, 여성 인권 등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수의 성을 섣불리 예단, 검증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치열해졌다.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식입장을 드러내는 것을 가장 꺼리는 분야다. 2011년 6월 FIFA가 발효한 성별감정 규정 13~14조에는 명확한 절차나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에 대한 징계도 명시하고 있다.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돼야 하고, 성별 감정 요청의 이유, 증거가 명백해야 한다. 무책임한 의혹 제기의 경우 FIFA 사무총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징계도 가능하다.
원시적인 알몸 테스트부터 시작해 DNA, 염색체 테스트에 머무르던 스포츠 성별 감정의 최근 흐름은 '남성호르몬 검사'다. 육안으로 감별된 생물학적 외형이 아닌, 선수의 경기력에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androgen) 수치에 주목하고 있다. 안드로겐은 스피드, 파워, 근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남아공의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2009년 8월 독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우승한 뒤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성별 검사 결과 남성호르몬 수치가 보통 여성의 3배 정도로 높았다. 여성 생식기는 있으나, 자궁과 난소가 없고, 숨겨진 고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형적인 AIS의 증상이다. 세메냐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남아공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