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K-리그 대세는 김신욱,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0-30 22:03 | 최종수정 2013-10-31 07:57



열흘 만의 리턴매치였다.

명암은 또 엇갈렸다. 토종 스트라이커의 독식이었다. K-리그 최초로 2년 연속 득점왕(2011~2012년)을 차지한 데얀(32·서울)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K-리그의 대세는 1m96의 김신욱(25·울산)이었다. 또 터졌다. 김신욱은 3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3경기 연속골을 쏘아올리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4분 김용태의 크로스를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헤딩으로 마무리지었다.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그의 머리를 떠난 볼은 반대편 골망에 그대로 꽂혔다.

김신욱은 18호골을 기록하며 페드로(제주·17골)를 따돌리고 득점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2010년 유병수가 인천 시절 득점왕을 거머쥔 이후 3년 만에 '토종 스트라이커 시대'를 열 채비를 마쳤다.

공교롭게 울산은 이날을 '김신욱 데이'로 지정했다. 김신욱도 지갑을 열었다. 700만원을 기꺼이 꺼내, 팬들에게 유니폼 250벌을 선물했다. 유니폼에는 자신의 배번과 이름을 새겼다. 그의 날을 자축하며 그라운드에서 훨훨 날았다. 그는 20일 서울(2대0 승), 27일 수원(2대1 승)전에 이어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의 복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역시 노력하는 선수는 당할 수가 없다. 신욱이는 정말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훈련이 끝난 후에도 크로스와 헤딩 연습을 한다"고 칭찬에 침이 말랐다. 복덩이가 제대로 드라마를 연출했다.

경기 후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고 평가했다. 김신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는 볼을 잡으면 리턴만하고 크로스를 연결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은 중앙을 파고들며 스크린 플레이까지 한다. 수비수를 안고 들어가는 장면이 좋아졌다"며 "매 경기 성장하고 있다. 밸런스가 잘 잡히면서 볼키핑력이 향상됐다. 볼을 마음대로 연결하는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득점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어서 오늘은 나갈 때 욕심을 내라고 했다. 득점지역에서 과감하게 슈팅을 주문했다"며 활짝 웃었다. 무지개빛 찬사는 덤이었다. 김 감독은 "제공권도 있고, 스피드의 변회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스트라이커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엄지를 세웠다.

김신욱도 특별한 밤이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절대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라고 하시는 분인데 오늘을 득점왕을 하라면서 과감한 슈팅을 주문하셨다. 신뢰를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그래서 자신있게 플레이를 했다"며 웃었다. 홍명보호 재승선에 대해서도 "부족한 것은 내탓이다. 하지만 월드컵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다.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신욱은 7월 동아시안컵 이후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신욱이 포효한 이날 데얀은 우울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달리 K-리그에서는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부상과 몬테네그로대표 차출로 경기출전이 들쭉날쭉했다. 그는 8월 28일 전북전에서 10호골을 터트린 이후 클래식에서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명성에 비해 정규리그에서 골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날은 하대성 고명진 등이 결장하면서 지원사격이 부족했다. 3~4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울산 수문장 김승규의 선방에 골문을 열지 못했다.

울산은 김신욱의 천금같은 헤딩골을 앞세워 승점 64점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2, 3위 포항(골득실 +17), 전북(이상 승점 59·골득실 +16)과의 승점 차를 5점으로 유지했다. 반면 11월 9일 광저우 헝다와 ACL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있는 서울은 이날 하대성 고명진 김용대 김진규 등을 제외했다. 고요한과 윤일록도 후반 교체 출전했다. 사실상 1.5군이었다. 역부족이었다. 서울은 K-리그에서 최근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의 늪에 빠졌다. 승점 51점으로 4위를 유지했지만 사실상 우승권에서는 멀어졌다. 5위 수원(승점 50)과의 승점 차는 1점이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