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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전, 박수받아 마땅한 '수비 작업'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10-14 09:46 | 최종수정 2013-10-14 13:08



"거칠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12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0-2로 끝난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에 대한 반응은 극명히 나뉘었다. 이 말도, 저 말도 맞는 경기가 아닐까. 감정적으로 격해서 나온 움직임도 있었고, 상대의 액션이 너무 과한 장면도 있었다. 거친 플레이를 펼치는가 하면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당하기도 했다. 양시론(兩是論)적인 접근으로 비칠지 모르겠으나, 일련의 공식을 거쳐 정답만 쏙 빼낼 수도 없는 부분이다. 누군가의 입을 빌려 정답인 마냥 단정 짓기도 어렵다.

확실한 건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더없이 좋은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베스트 자원으로 경기의 대부분을 소화했고, 상당한 수준의 서브 자원들을 연이어 투입하며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이만하면 본선 무대에서 만날 톱시드 레벨의 팀, 혹은 토너먼트 과정에서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팀과의 경기를 준비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는 '양질의 모의고사'였다. 이를 실전만큼 절실하게 뛰며 소화해봤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남미 팀과 붙게 됐을 때, 그 효과는 배가 되리란 생각이다.

브라질의 공격 작업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양 측면 수비를 높이 끌어올린 그들은 구스타보가 아래로 내려가 수비 숫자를 유지하고, 파울리뉴가 조금 더 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첫 경기 브라질vs일본 경기만큼이나 후방에서의 공격 전개가 안 됐다. 적중률이 낮은, 의미 없는 롱패스가 여러 차례 나왔던 것도 이 때문. 여기엔 기대 이상의 수비 공헌도를 보인 지동원과 구자철이 있었다. 이들은 좌우로 넓게 위치한 상대 중앙 수비를 쫓아 꾸준히 압박을 가했고, 조금 더 높은 선에서 싸울 토대를 마련했다. 동료들에게 앞으로 나오길 요구했던 구자철의 손짓과 움직임은 압박의 선을 팽팽히 담긴 원동력이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네이마르와 오스카도 부지런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마르는 경기 내내 위아래로 상당히 넓게 움직이며 전-후방 플레이메이킹을 모두 담당했을 만큼 활용도가 높았다. 다만 빨리 패스를 주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기보다는 드리블을 치며 개인 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게 이 선수의 특성. 홍명보호는 따라다니다 끝날 수 있는 '소극적인 후퇴'보다 먼저 방해하는 '적극적인 전진'을 택해 이 선수가 볼을 잡는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첫 방어선을 친 건 이청용이었다. 조금만 풀어두면 곧장 슈팅까지 쏠 수 있는 자원들을 높은 선에서부터 끊으려는 시도는 홍명보호를 위기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는 효과를 냈다.

그다음 관문은 한국영. 직선적인 돌파보다는 주로 측면으로 꺾어 들어오던 네이마르를 상대하기엔 이만한 선수가 없었다. 상대 패스의 흐름을 미리 읽고 커트하는 움직임, 공간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커버해 들어가는 움직임은 지면을 따로 할애해 다뤄야 할 만큼 좋았다. 흡입력 강한 수비는 파트너 기성용을 빛나게 함은 물론 팀 전체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또, 이용 역시 뒤로 처지지 않고 컴펙트한 수비 블록을 꾸준히 형성해 상대를 그물 안에 가뒀다. 전반 막판 무렵 파울을 내준 것 외엔 대체로 훌륭했다. 특히 후반 들어 네이마르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벌이게 된 마르셀로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네이마르에 엄청난 시선이 쏠린 경기였다. 하지만 '이청용-한국영-이용' 삼각 체인의 '수비 작업'이 저지한 건 이 선수의 독주만이 아니었다. 횡적인 스위칭이나 종적인 침투로 중앙을 흔들어 놓을 수 있었던 오스카, 그리고 공격수 수준으로 치고 올라와 측면을 파괴할 수 있었던 마르셀로의 시너지 효과도 미리 차단해냈다. 김영권-홍정호 중앙 수비의 스피드를 믿은 이들은 라인을 끌어 올렸고, 그 대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해 브라질이 활용할 공간을 있는 힘껏 줄였다. 이렇게 올라오면서도 그 뒷공간에 대한 문제까지 노출하지 않았으니 두 골을 내줬음에도 의미를 부여할 만한 부분이었다.

"개인 기량이 좋은 팀을 상대로 내려서는 건 너무 큰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앞선에서 압박해 남미 특유의 리듬을 끊어야 한다.". 이집트에서 열린 2009 U-20 청소년 월드컵 당시 16강 파라과이전을 앞둔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남긴 말이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준결승전 브라질전을 떠올려보자. 활개를 치던 상대 공격진에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던 그 경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가. 수비적으로 한결 나은 경기를 한 것도 조금 더 앞선에서 싸우려는 홍명보호의 의지가 진하게 묻어난 덕분이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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