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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홍명보감독, '이유있는' 예외가 필요하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10-14 09:45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펼쳤다.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전달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오랜만에 눈이 호강했다. 브라질 삼바축구를 안방에서 맛봤다. 네이마르, 오스카, 헐크…. 별들의 플레이를 즐겼다.

확실히 격이 달랐다. 환상적인 개인기와 스피드, 정확한 패스, 높은 골 결정력. 부러웠다.

태극전사들은 기죽지 않고 잘 싸웠다. 태권축구 논란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플레이의 일부분이다. 그에 대한 비난은 지나치다. 오히려 네이마르의 '헐리우드 액션'이 지나친 면이 있다. 유럽에서도 그의 '다이빙 묘기'(?)는 유명하다.

자, 여기서는 그것을 논할 생각이 없다. 한가지 숫자에 주목하려 한다.

12일 브라질전, 대표팀은 7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그 중 유효슈팅은 단 1개다. 반면 브라질은 11개 슈팅 중 4개가 유효슈팅이다. 2득점을 했다.

단 1개, 이것이 대표팀의 현주소다.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이날 지동원이 앞에 나섰다. 구자철은 섀도 스트라이커를 맡았다. 둘은 수시로 자리를 바꾸었다. 왼쪽 날개 김보경도 중앙을 들락거렸다. 이청용은 고요한이 교체 투입되자,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했다. 다양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그림하나 그리지 못했다. 세계 수준급의 브라질 수비벽에 꽉 막혔다. 개인기는 통하지 않았다. 크로스는 넘어오지 못했다.


이 그림을 보고 든 생각, 딱 하나다. 이대로는 안된다. 어림도 없다.

답을 찾아보자. 그동안 꾸준히 논의 된 카드가 박주영(아스널)이다. 홍명보 감독의 입에서도 많이 거론됐다. 그런데 돌이켜보자. 최강희호 때도 박주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최 감독은 박주영 카드를 버렸다. 그런데 아직도 박주영인가.

의문이 들었다. 몇몇 감독에게 물어봤다. 대부분 "박주영만한 스트라이커가 없다"고 했다. 세계 무대에서 그나마 통할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톱클래스 선수들과 맞부딪혀 본 경험을 인정했다. 자질도 뛰어나다고 했다. 그런 것 같다. 결국, 결론은 그래도 박주영이다.

그렇다면 써봐야 한다. 그런데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소속팀에서 뛰지를 못하고 있다. 셀타비고에 있었던 4월7일 라요와의 경기가 마지막 실전이다. 얼마전에는 위건 임대설이 있었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홍 감독은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는 선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었다. 이 원칙에 걸린다.

이번 대표팀 발탁에서 이 원칙에 흠집이 생겼다. 윤석영(QPR)을 뽑았다. 영국진출 이후 단 1경기 밖에 뛰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윤석영이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소속팀에 가서도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면서 "측면 자원은 모두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이다. 경기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파악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원칙을 깼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홍 감독은 원칙과 현실사이에 끼여있다. 난처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지나치게 원칙 고수론자로 비쳐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원칙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간다면 옳지 않다"는 말도 했다. 이 말의 의미는 하나다. 필요하다면 원칙을 깨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무엇보다 지금 대표팀의 목표를 떠올려보자.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의 좋은 성적이다. 최고의 선수로 최상의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될까말까다. 어떤 원캡다 이 목표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 원칙의 배경을 한번 보자.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당시, 상황이 어수선했다. 기성용의 'SNS파문', 유럽파-국내파의 갈등설, 이란에 당한 치욕. 이 모든 걸 잠재울 게 필요했다. 불만을 없애야 했다. 기강을 세우야 했다. 객관적 잣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원칙이 나왔다. 결국 대표팀을 잘 이끌어가 보겠다는 의도였다. 목표라는 전략속에, 세원진 원칙이라는 전술이었다.

사실 원칙을 깨지면 기본이 무너지는 것이다. 당연히 불만이 나온다. 비난도 받아야 한다. 현재로 봐서는 박주영이 경기에 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원칙대로라면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다. 말은 안하지만 홍 감독의 속마음은 이런 것 같다. 박주영을 꼭 쓰고 싶어하는 것 같다. 월드컵 밑그림의 마지막 퍼즐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써라. 지금 상황에서 원칙에 얽매인다면, 모든 걸 놓친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다. 예외없는 규칙은 없다. 원칙에도 예외는 있다. 단,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면 명분이 있다. 원톱이 없다. 월드컵본선에서 성적을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박주영을 뽑아라. 더 늦기전에 말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성과없는 원칙이 무슨 필요가 있나. 꽉 막힌 원칙주의자란 말만 들을 뿐이다. 본질적인 질문을 해보자. 목표와 원칙, 무엇이 우선일까.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명확한 듯 하다. 목표가 우선이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태극전사의 선전에 환호를 하고 싶다. 성적이 안나도 원칙을 잘 지켜다고 박수를 쳐줄 팬들은 없을 것이다. 물론 박주영이 만능 카드는 아니다. 하지만 숙제를 풀어줄 희망이 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원칙, 지금은 '이유있는' 예외가 필요한 것 같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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