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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 '축구천재'와 '다이빙 천재' 사이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10-13 17:15 | 최종수정 2013-10-14 07:35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벌였다. 브라질 네이마르가 한국 기성용과 한국영을 제치며 돌진하고 있다.
상암=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0.12/

왜 '축구천재'라 불리는지, 왜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5700만유로(약 827억원)를 투자해 그를 영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입이 떡 벌어졌다. 네이마르(21·바르셀로나)가 '축구천재'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네이마르는 12일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반 43분 멋진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브라질의 2대0 승리에 견인했다.

축구센스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삼바축구' 특유의 개인기는 화려했다. 수비수 2~3명을 제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어 빠른 순간 스피드를 이용해 돌파하는 가속력은 무시무시했다. 왕성한 활동량도 눈에 띄었다. 왼쪽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계속해서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수비수 한 명으로 네이마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네이마르는 수차례 태극전사의 파울과 경고를 유도했다. 전반 16분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전반 44분 이 용(울산)의 경고를 이끌어냈다.

네이마르가 위협적인 존재임을 제대로 과시한 것은 전반 43분이었다. 정교한 프리킥을 뽐냈다. 아크 서클 왼쪽에서 수비벽을 살짝 넘기는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줄기찬 노력의 대가였다. 네이마르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훈련에서도 모형 수비벽을 살짝 넘겨 골대 왼쪽 모서리로 꽂아넣는 킥 연습을 실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벌였다. 브라질 네이마르가 한국 고요한의 반칙에 넘어지고 있다.
상암=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0.12/
이날 축구 팬들의 눈은 호강했다. 세계축구의 흐름을 주도할 브라질축구에 환호했다. 그러나 100% 만족은 아니었다. 네이마르의 과도한 시뮬레이션 액션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네이마르는 경기 초반 홍명보호의 강한 압박 카드에 주춤했다. 그러자 다이빙 전략으로 맞섰다. 전반 중반부터 도가 지나친 다이빙을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과 약간의 충돌만 생겨도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럴 듯했다. 마치 큰 충돌이 일어난 것처럼 연기했다. 그러나 누가봐도 엄살이었다. 경기를 직접 지켜본 김호곤 울산 감독은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 액션은 과했다. 혼자 드리블을 오래하는 것도 우스웠다. 다른 팀과 만나서도 그럴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이 네이마르에게 다이빙족이라고 일침을 가한 이유도 느낄 수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7일 "나는 네이마르와 발로텔리의 다이빙을 수차례 지적했었다. 나는 시뮬레이션 액션을 취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고 비난했다. 네이마르는 2일 셀틱(스코틀랜드)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원정 2차전에서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후반 14분 스콧 브라운의 퇴장을 유도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바르셀로나는 후반 31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결승골로 1대0 신승을 거뒀다.

반면, 스페인 일간지 문도 데포르티보는 13일 네이마르 옹호에 나섰다. '한국의 작전은 네이마르 사냥인 듯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강한 압박을 펼친 한국의 플레이에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이 매체는 '네이마르는 전반에 3분에 한 번씩 파울을 당해 뒹굴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언론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스포츠 매체인 수페르 에스포르테는 '한국 선수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네이마르를 짜증나게 만들었다'며 '바르셀로나 스트라이커는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에 몇 차례 불평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도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고 전했다. 일부 네티즌들도 '친선경기에서 지나친 태권축구를 했다'며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정당한 지적일까. 이날 홍명보호는 기술이 좋은 브라질 선수들을 막기 위해 철저한 압박축구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터프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테크닉이 뛰어난 팀을 상대하는 팀들은 파울도 불사하는 강한 압박과 몸싸움을 펼친다. 고의적인 파울이 아니라면 축구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 카드는 심리전의 일환이기도 하다. 쉽게 흥분하는 남미 선수들을 상대하는 요령이기도 했다. 브라질전은 홍명보호가 월드컵을 준비하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홍명보호는 강한 압박을 테스트했고, 한국식 압박에 대한 충분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도 "90분 동안 압박이 잘 됐다. 경기하기 전 준비했던 콤팩트한 면과 맨투맨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우리 선수들이 흥분했다고 보지 않는다. 정당하게 했다. 선수들이 아주 터프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상대의 전략을 '태권축구'로 비하하는 것은 국수주의적 발상이다. 한국 축구 팬들은 '다이빙 천재'가 아닌 '축구천재'를 보길 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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