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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치 주연 정대세 "두리 형에게 밥을 사겠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0-09 15:40


올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가 펼쳐졌다. 한글날인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경기에서 수원 정대세가 후반 팀의 두번째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수원과 서울은 역대전적에선 수원이 우세하나 올시즌은 서울이 지난 8월 3일, 수원전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의 치욕에서 탈출하는 등 시즌 전적에선 서울이 1승 1무로 앞서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09/

정대세(29·수원)가 차두리(33·서울) 앞에서 골을 터트렸다.

정대세는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37분 폭발했다.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따돌린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세리머니도 특별했다. 골문을 한바퀴 돌더니 그대로 서포터스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했다. 반면 차두리는 정대세의 골을 허망하게 지켜봤다.

둘은 지난해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났다. 축구란 공통분모로 금세 친해졌다. 독일에서 형제 못지 않은 정을 나눴다. 길이 다른 듯 했지만 올해 약속이라도 한 듯 K-리그 무대에 나란히 섰다. 극과 극의 운명으로 엇갈렸다. K-리그 최대 라이벌이자 앙숙이 됐다.

4월 14일 처음으로 대결했다. 그러나 첫 판은 다소 싱거웠다. 정대세가 사고를 쳤다. 전반 14분에 이어 전반 39분 잇따라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8월 3일 두 번째 만남에서 서울이 슈퍼매치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의 늪에서 탈출했지만 정대세는 부상으로 결장했다. 차두리는 풀타임 소화했다.

세 번재 만남이었다. 차두리도 이날 투지넘치는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지만 주연은 정대세였다. 그는 경기 후 "서울이 4위, 우리가 5위여서 승점 3점이 아닌 승점 6점의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전반 좋은 기회에서 골을 못 넣어 안타까웠는데 후반에 산토스가 선제골을 넣어서 편안해졌다. 한 골차로 벌어진 상황이어서 나도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슈퍼매치는 절대 이긴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지난 경기에서 퇴장 먹은 것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해서 골을 넣으면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른 경기의 경우 특별한 감정이 없다. 관중이 적어 집중력이나 긴장감이 아무래도 덜하다. 많은 관중이 찾아오면 우리도 힘이 난다. 더비라서 큰 소리로 응원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많이 뛸 수 있다. 독일에서 뛰던 생각이 나 감동이었다"고 했다. 정대세는 독일 쾰른에서 뛰다 올시즌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이날 9호골을 기록했다. 올시즌 초반 15골을 목표로 잡았다. 정대세는 "10골로 수정했다. 3개월이나 쉬었는데 오늘 골을 넣으니까 자신감도 생긴다. 7경기가 남았는데 가능한 한 많은 골을 넣어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차두리와의 대결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해서는 "서비스로 제가 밥을 사드리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대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국에 온 뒤 두리 형과 밥을 먹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밥 먹을 때마다 약속 당일 전화가 와서 '미안하다. 오늘은 안되겠다'고 하더라. 슈퍼매치에서 대결하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번에는 꼭 두리 형을 혼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수원팬들에게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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