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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는 왜 그리도 '맥없이' 무너졌을까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3-10-04 09:45


맨시티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 / 사진=ⓒ Sky SPORTS 중계화면 캡처

80분에 다다를 무렵, 수심 가득한 얼굴 아래 등장한 '4 vs 19'라는 슈팅 개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경기력이 그대로 배어 있었던 이 수치가 더없이 서글프게 다가왔다. 네그레도가 환상적인 턴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한 골을 따라갔으며 실바가 크로스바를 때려 뮌헨을 위협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맨시티는 4일 새벽(한국 시각)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과의 13-14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2차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이들은 왜 그리도 맥없이 무너진 걸까.

첫 실점을 이른 시각에 내준 게 안타깝기까지 했다. 전반 7분부터 뮌헨 같은 팀에 선제 펀치를 얻어맞았으니 경기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수비로 전환하던 나바스가 역동작에 걸리며 벗겨졌고, 그다음 장면에 등장해야 할 야야 투레의 접근이 느렸다. 이후 곧장 때린 리베리의 슈팅이 묵직하게 걸리며 골문을 갈랐다. 맨시티의 수비가 무게중심을 낮게 잡고 조금 더 타이트하게 임해야 했다고 지적할지도 모르겠으나, 특별히 잘못된 수비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골대를 지키며 이 상황을 관망하던 조하트의 대처가 문제였다. 볼의 궤적에 굴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야에 방해가 있었던 것도 아닌 터라 아쉬움은 더 컸다.
ⓒ Sky SPORTS 중계화면 캡처
첫 실점 이후에도 맨시티는 중앙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 라인 사이가 비는 현상에 힘겨워했다. 뮌헨이 이 공간에서 더없이 쉽게 볼을 잡은 것은 물론, 편안히 돌아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연계를 펼칠 여유까지 누린 것. 이에 맞선 페르난지뉴와 야야 투레는 엄청난 활동량과 투쟁심으로 가득 차 상대의 패스를 쓸어 담는 타입이 아니었다. 또, 앞으로 나가면서도 뮌헨의 공격 탓에 재차 수비로 전환하는 장면이 반복되며 상당한 체력을 요구받기까지 했다. 이 경우 꼬집어봐야 할 건 나스타시치와 콤파니의 수비 범위. 상대 중앙 수비 단테가 폭넓게 움직이며 싸워준 것과 비교했을 때, 이들의 수비 포지셔닝엔 분명 문제가 있었다. 발 빠른 뮌헨 공격진에 뒷공간을 내줄 것을 염려했다고 해도 두 중앙 수비가 모두 물러서서 상대 공격을 기다리는 건 너무 안일한 대응이었다.

중앙 수비가 서로를 커버하며 전진하는 형태로 상대 공격을 끊을 수 없었다면 변화를 꺼내 볼 법도 했다. 시작부터 높은 선에서 싸우고자 했던 맨시티는 토니 크로스-슈바인슈타이거 아래 람을 배치한 뮌헨의 역삼각형 중원에 맞서 중앙선 언저리에서 치고받는 빈도가 높았다. 하지만 뮌헨은 줄곧 압박으로 볼을 뺏어낸 뒤 맨시티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유유히 전진해왔다. 차라리 페르난지뉴-야야 투레가 무게중심을 아래로 내려 수비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홈에서 그런 스타일의 경기를 하기엔 체면이 서지 않았던 모양. 맨시티는 '어서 오십시오' 수준의 자동문이 돼 상대가 편히 전진하도록 내버려뒀고, 상대의 측면 연계에도 관대했다. 또, 오프사이드를 노린 라인 컨트롤마저 엉망이었던 터라 홈에서 0-3까지 벌어지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공격이 잘 풀린 것도 아니다. 분데스리가에서 밀집 수비로써 온갖 견제를 받아온 뮌헨은 맞불을 놓으려 했던 맨시티에 끊임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볼을 오래 소유한 이들이 꾸준히 페널티박스 지점까지 접근하면서 맨시티는 기본적으로 공격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조하트의 골킥은 주로 제코를 향했는데, 뮌헨은 단테가 전진하면서 헤딩 경합을 하고 람이 슬쩍 빠져 그 뒷공간을 커버하는 식으로 대응해냈다. 공중볼을 따내지 못했을 때에는 수비 진영부터 차근차근 썰어나가는 방법도 있었으나, 뮌헨이 리베리-뮐러-로벤 쓰리톱을 활용한 전방 압박에도 적극적이었기에 이마저도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전진 패스의 배급 자체가 쉽지 않았다.

뮌헨 진영으로 볼이 넘어갔을 때, 상대 압박에 맞선 맨시티 공격진의 움직임도 아쉬웠다. 실바의 부재는 곧 홀로 밥상을 차린 뒤 손수 밥을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 스페셜리스트가 없음을 뜻한다. 그럴 경우 동료들간의 빠른 접근과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활용할 퍼포먼스가 나와야 그나마 뮌헨을 곤란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그레도가 들어와 최전방에서의 영향력을 보이고, 실바가 들어와 공격진과 미드필드진 사이에서의 이음새 역할을 하기 전까지 맨시티의 공격은 산발적인 데 그치고 말았다. 공격 자원끼리의 동선은 겹쳤고, 효율적인 공간 분배에 실패하며 그렇다 할 슈팅도 몇 개 시도해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 각 리그 챔피언이 모인 D조에서 맨시티는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꿈을 접었다. 이후 지갑을 활짝 열어젖혀 감독도 바꾸고 선수도 영입했다. 그렇게 공을 들인 유럽대항전 무대였으나, 현실은 맥없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다만 수비와 공격에 걸쳐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 모든 것도 결국엔 '디펜딩챔피언 뮌헨이 미친 듯이 강했음'을 전제로 한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임은 분명한 상황, 앞으로 맨시티가 만회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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