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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와도 결국 침몰? 日 EPL 잔혹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10-04 09:04


◇사진=TOPIC/Splash News

일본 선수들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결국 무덤일까.

일본 축구계가 침통한 표정이다. 숱한 기대 속에 맨유 유니폼을 입은 가가와 신지(24)마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일(한국시각) 맨유가 올 겨울 이적시장에 5000만파운드(약 869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맨유가 영입 목표로 삼은 것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빌바오에서 활약 중인 안드레 에레라로 알려져 있다. 맨유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에레라 영입에 도전했으나, 빌바오의 반대로 실패했다. 당시 맨유가 제시한 금액은 3000만파운드였으나, 빌바오는 바이아웃(일정 금액 이상 이적료가 제시되면 선수 이적 허용) 금액인 3600만파운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문제는 공격형 미드필더인 에레라 영입이 가가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맨유가 에레라 영입에 성공할 경우, 가가와의 입지가 불안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맨유가 가가와를 겨울 이적시장에 내보낼 것이라는 예상까지 하고 있다. 지난 여름 가가와 영입을 원했던 도르트문트(독일)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가 유력한 새 둥지로 꼽히고 있다.

일본 선수들은 유독 EPL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이나모토 준이치와 나카타 히데토시 등 2000년대 초반 일본 축구계 스타들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이나모토는 2001년 '지일파' 아르센 벵거 감독의 추천으로 아스널 유니폼을 입었으나,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면서 '일본에서 온 유니폼 판매원'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 했던 나카타는 2005년 피오렌티나에서 볼턴 임대 형식으로 EPL에 진출했으나, 24경기 1골에 그친 뒤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밖에 도다 가즈유키(토트넘·2003년) 가와구치 요시카쓰(포츠머스·2001~2003년)도 한 시즌에 10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며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시즌 사우스햄턴에 입단한 요시다 마야와 이충성(리 다다나리)도 각각 감독 교체와 부상으로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청용 기성용 등 한국 선수들이 성공신화를 쓰는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가가와는 그동안 EPL에 진출했던 일본 선수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팀의 2연패에 일조했고, 리그 뿐만 아니라 유럽챔피언스리그 등에서 경험을 쌓은 점이 높게 평가됐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영입을 위해 직접 도르트문트 현지를 찾는 등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EPL에 데뷔한 지난 시즌 차분히 기회를 잡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취임한 올 시즌에는 그라운드를 거의 밟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웨스트브롬전에서 올 시즌 EPL 첫 선발로 나섰으나, 전반전을 마친 뒤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닛폰은 '납득이 가지 않는 교체'라고 목청을 높였다. 가가와 본인 역시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부상은 아니었다. 나쁜 느낌이 없었다. 후반전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은 "(가가와를 기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오늘 경기를 본 이들은 그가 아직 완벽한 컨디션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당분간 모예스 감독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가가와가 박지성을 능가하는 맨유의 아시아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일본 축구계의 바람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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