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FC서울 결승전 진출 의미 그리고 마지막 도전 광저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0-04 07:43


2일 저녁 이란 테헤란 아지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FC서울과 이란 에스테그랄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최용수 감독이 첫골을 넣은 하대성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테헤란=사진공동취재단

'원정팀의 무덤', 무늬가 아니었다.

해발 1273m, 고지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경기장이다. 무려 8만8830명이 입장했다. 금지된 레이저 빔 공격으로 원정 선수들을 자극했다. 굉음을 토해내는 일방적인 응원은 상상을 초월했다. 3일(이하 한국시각)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의 혈투, 원정팀이 무덤에서 탈출했다. 해피엔딩이었다. 반면 홈팀은 통곡의 성이었다.

FC서울이 K-리그의 찬란한 역사를 이어갔다. 5년 연속 K-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의 금자탑을 세웠다. 무대는 특별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치욕을 안긴 이란의 안방이었다. 서울이 이란 에스테그랄과의 ACL 4강 2차전에서 2대2로 비겼다. 25일 안방에서 2대0으로 승리한 서울은 1, 2차전 합계 4대2로 승리, 결승에 올랐다.

이날 결승행의 주역은 데얀도, 몰리나도 아니었다. 국내파 베테랑의 힘이 빛을 발했다. 주장 하대성(28)이 문을 열었다. 균형을 깼다. 전반 37분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미드필드 중앙에서 잡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친 후 감각적인 왼발 칩슛으로 연결했다. 하대성의 발끝을 떠난 볼은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겨 그대로 골망에 꽂혔다. 후반 5분과 30분 동점, 역전골을 허용했지만 3분 뒤 차두리(33)가 번쩍였다. 공격수 출신인 그는 과감하게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 돌파에 나섰고, 수비수를 앞세우고 '헛다리 짚기'로 속여 돌파하는 순간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지체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팀을 수렁에서 건져내는 순간이었다. 이를 김진규(28)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에스테그랄은 스스로 무너졌다. 팬들도 스타디움을 떠났다.

2009년부터 4년간 쉼표는 없었다. 포항을 필두로 성남(2010년), 전북(2011년), 울산(2012년)이 최후의 무대에 올랐다. 포항, 성남, 울산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전북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이 그 끈을 다시 연결했다.

한국 축구에도 큰 선물이었다. 더 이상 클럽팀이 아니었다. K-리그를 넘어 한국 축구의 대표였다. 이란에 찢겨진 자존심은 결승 진출로 회복됐다. 한국 축구는 최종예선에서 '이란 쇼크'에 울었다. 지난해 10월 16일 원정에서 0대1로 패한 데 이어 6월 18일 홈에서 벌어진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0대1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란전 패전에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축제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란이 재를 뿌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한국 벤치 앞으로 달려가 주먹감자를 날렸다. 몇몇 선수는 관중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했다. 한국 축구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서울이 원정에서 아픔을 치유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감격에 젖었다. "환상적인 경기장에서 환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부족한 나를 믿고 마지막 고지까지 오게 됐는데 선수들이 보여준 놀라운 투혼에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한다. 진정한 도전은 지금부터다."

결승전 상대, 제대로 만났다. 중국 프로축구의 자존심 광저우 헝다다. 광저우는 2일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1차전에서 4대1, 2차전에서 4대0으로 완승했다. 결승 1차전은 10월 25일 혹은 26일 서울의 홈에서, 2차전은 11월 8일 혹은 9일 광저우의 홈에서 열린다.


광저우는 아시아의 맨시티다. '위안화 공세'는 '오일 달러'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광저우 헝다를 이끄는 세계적인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탈리아)의 연봉은 약 160억원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의 기본 연봉이 2억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64배나 높다. ACL 4강까지 선수단 승리수당만 200억원이 훌쩍 넘었다. '쩐의 전쟁'에서 서울은 비교가 안된다.

그래도 넘어야 한다. 서울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최 감독은 "광저우는 아시아 최고 팀으로 평가받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상대의 무리퀴, 콘카 등 걸출한 용병들을 봉쇄할 것이다.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너무 크다. 반드시 마지막 방점을 찍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앙수비수 김주영도 "상대가 강한 외국인선수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전혀 뒤질 것은 없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창단 후 첫 ACL에 도전한다. 이제 최후의 고개만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