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제주, 홍정호 이적시키며 고민했던 한가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9-02 07:58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홍정호(24)의 아우크스부르크행<스포츠조선 8월 29일 단독 보도>에는 제주와 박경훈 감독의 통큰 결단이 있었다.

제주는 지난 29일 홍정호의 독일 진출을 허락했다고 공식발표했다. 1일 아우크스부르크도 홍정호의 입단을 공식발표했다. 2017년 6월30일까지 4년 계약이다. 중앙수비수로서는 심재원(프랑크푸르트), 강철(라스크 린츠) 이후 세 번째로 유럽에서 활약하게 된다.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은 첫 번째다.

홍정호의 독일행은 말그대로 '깜짝 이적'이었다. 제주의 상황이 여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가 홍정호의 이적을 허락한 28일, 제주의 순위는 9위였다. 부산에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거뒀지만, 그룹A 진출이 불투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핵심수비수를 보내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박 감독과 구단도 처음에는 아우크스부르크의 제안에 단호히 'NO'라고 했다. 그러나 홍정호의 의지가 강했다. 홍정호의 이적여부를 두고 고심하던 박 감독과 구단 고위층은 28일 밤 심층회의를 거처 대승적 차원에서 'OK' 사인을 내렸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박 감독은 평소 '제자들에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보내줄 수 있다'는 뜻을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다. 홍정호에게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홍정호의 계약기간은 1년4개월 남았다. 제주는 지난 7월 K-리그 이적시장에서 홍정호의 이적을 조심스럽게 타진한 바 있다. 홍정호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모기업에서 그룹B로 떨어질 경우 예산은 줄일 수 있다는 언질을 받은 제주 입장에서는 돈을 만들어야 했다. 마침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제안이 왔다. 구단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한용수가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이 용 오반석 마다스치 황도연까지 대체자원은 풍부했다. 한국 최초의 빅리그 센터백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고민이 있었다. 홍정호에게 '제주맨'의 이미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는 이미 한차례 독일로 진출시킨 경험이 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활약하는 구자철이 주인공이다. 구자철은 '제주맨' 이미지가 강했다. 구자철도 틈만나면 제주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며 비시즌에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제주도 '구자철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다. 홍정호는 그런 마케팅으로 이어지기에 확고한 이미지를 심지 못했다. 홍정호는 제주 유니폼을 입고는 4시즌 동안 57경기 밖에 뛰지 않았다. 제주의 한 관계자는 "선수를 위해 독일로 보낸다는 입장에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구단이 향후 누릴 수 있는 부분도 고민해야 했다. 홍정호가 사실 제주에서 데뷔를 했지만 각급 대표팀 차출, 부상 등으로 인해 한시즌을 온전히 보낸 적이 없다. 향후 마케팅이나 레전드 만들기 차원에서 올시즌을 마치고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큰 결정을 내려준 구단을 위해 홍정호도 도움을 주면된다. 홍정호는 제주 토박이다. 명분도 확실하다. 선수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리는 구단-그런 구단에 고마움을 잊지 않는 선수, 진짜 윈-윈은 이런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