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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승-30초골'안익수의 아이들' 이기고도 진 날의 기록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9-02 12:32



성남이 가장 힘든 순간, 성남이 믿고 키워낸 '성남유스'의 발끝이 빛났다.

1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펼쳐진 경남-성남전 휘슬이 울린 지 불과 30초만에 전광석화같은 성남의 선제결승골이 터졌다. 풍생중고-연세대 출신 1년차 황의조였다. '스플릿 전쟁' 3연전 울산전을 앞두고 구단 해체, 매각설이 불거졌다. 안산 인수설이 떠올랐다. 24년 전통, K-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성남이 시장으로 내몰렸다. '무상기부' 조건에도 '14년 연고' 성남시가 외면했다. '축구도시' 안산이 기본적인 인수 방침은 정했지만 20억~30억을 투자할 스폰서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을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경기에서 을의 가치를 높이는 것뿐"이라는 안익수 성남 감독의 말은 절절한 현실이었다.

성남 선수단은 위기에 강했다. 울산-강원전에서 2연승하며 스플릿 상위리그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 평소 말을 아끼는 안 감독은 "상위리그 진출을 100% 확신한다"고 했다. "오만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라고 했다.

스플릿의 명운을 결정하는 마지막 경남전, 성남에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7경기에서 6골,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2도움)를 기록하며 성남의 5경기 무패행진(3승2무)을 이끈 '원톱' 김동섭이 경고누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올시즌 성남의 36골중 11골을 책임진 대형스트라이커의 부재는 곧 위기였다. 안 감독은 위기의 순간, 걸출한 신인 황의조를 떠올렸다. 지난해 U-리그 16경기에서 13골을 넣었고, 춘계리그에선 9경기에서 9골을 밀어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수원과의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선배' 김동섭의 그늘에 가렸지만 황의조는 역시 '물건'이었다. 남다른 승부욕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선지 30초만에 경남 수비수 3명을 단번에 벗겨내며, 올시즌 최단시간 골을 터뜨렸다.

안익수 감독의 시나리오대로 경기는 진행됐다. "개막전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가 스플릿을 결정하는 경기에서 골을 넣는다면 그림이 되지 않겠냐"던 바람은 현실이 됐고, 성남은 경남을 이겼다. 다만 1골로는 불안하고, 부족했다. 인저리타임 부산의 승리 소식을 그라운드의 성남 선수들도 전해들었다. 황의조가 상대 골대를 향해 내달리며 필사적으로 슈팅을 쏘아올렸다. 마지막 슈팅이 빗나가는 순간, 휘슬이 울렸다. 성남의 운명이 결정됐다. 스플릿 막판 전쟁, 최근 5경기에서 성남은 4승1무다. 14개 전구단중 최고성적이다. 3연승도,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도 하위리그의 냉엄한 운명앞엔 고개를 숙였다. 이기고도 졌다. 부산과 성남의 운명을 가른 건 단 1골, 한끗차였다. 모든 것을 쏟아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채 일어나지 못했다. 의연했던 안 감독마저 자리에 망연자실 주저앉았다. '30초골'을 기록한 루키 황의조는 참담했다. "아쉽다. 상위리그에 올라갈 줄 믿었다. 너무 아쉽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선수단은 눈가가 빨개진 채 라커룸을 떠났다.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얻어내지 못했다.

성남의 운명을 결정한 건 얄궂게도 안 감독의 전소속팀 부산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안익수의 아이들'이었다. 지난 시즌 안 감독이 44경기에 믿고 쓴 스트라이커 한지호가 선제골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초 서울에서 직접 데려온 베테랑 수비수 박용호가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부산의 상위리그행을 이끌었다. '이겨야 사는 게임' 축구, 짜릿하지만 때론 지독하게 잔인하다.
창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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