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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성남의 대반전 이끈 김동섭 '할아버지 복숭아 효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8-30 09:31




강원전을 앞둔 28일, 성남 일화 선수단앞으로 깜짝선물이 배달됐다.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장호원 복숭아 4박스였다. 달콤한 향이 진동하는 복숭아박스 앞엔 '원톱' 김동섭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장호원에서 과수원을 경영하시는 김동섭 할아버지의 선물이었다. 할아버지의 '축구선수' 손자 사랑은 지극하다. 팔순의 나이에도 올시즌 광주에서 성남으로 이적한 후 한결 가까워진 탄천운동장 나들이를 즐기셨다. 김동섭의 부모님과 함께 손자를 열혈응원했다.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된 할아버지를 대신해 김동섭의 부모님이 과수원에서 팔을 걷고 나섰다. 수확의 계절, 장호원 특산 최상급 복숭아만 골라담았다. 한여름 스플릿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들같은 선수단에게 선물했다.

할아버지의 '복숭아 선물'의 효과일까. 성남은 스플릿 전쟁의 고비가 된 강원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여름 이적시장' 성남 유니폼을 입은 '몬테네그로 특급' 기가가 김동섭의 패스를 이어받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 44분 김동섭의 추가골이 터졌다. 후반 39분 현영맨이 이어 후반 41분 김동섭까지 옐로카드를 받아들었다. 원톱 김동섭의 경고누적, 경남전 출전불가가 확정된 아찔한 순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리한 동작이 나오지 않게끔 경고관리에 같히 신경쓰고 있던 상황이었다. 경고를 받고나서 속도 상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 내가 가진 모든 걸 이자리에서 다 쏟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3분후인 후반 44분 현영민의 크로스에 이은 필사적인 헤딩골은 이런 투혼의 결과다. 옐로카드 콤비가 골을 빚어냈다.

'여름사나이' 김동섭은 이날 1골1도움을 기록했다.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2도움), 11호골을 달성했다. 1-2기 홍명보호에 입성한 후 자신감이 급상승했다. K-리그 킬러들이 침묵한 폭염속에 유독 강했던 이유를 물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대표팀을 오가며 자신감이 올라왔다"고 답했다. 아이티, 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홍명보호 3기 명단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담담했다. 좌절하지 않았다. "이번엔 발탁되지 못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이번에 못갔다고 브라질월드컵에 못가는 건 아니니까." 공격수로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뜻을 밝혔다.

얄궂게도 스플릿의 운명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남전에는 출전할 수 없다. "많이 아쉽죠, 몸이 좋을 때 중요한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더 올리면 좋은데." 공격수로서 가볍고 좋은 타이밍에 흐름이 끊어지는 것은 아쉽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일전에 뛰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남이 올시즌 24경기에서 기록한 35골 중 11골이 김동섭의 발에서 나왔다.

1일 벼랑끝 승부 경남전은 관중석에서 지켜보게 됐다. "흐름이 바뀐 만큼, 내가 뛰지 못해도 우리팀은 상위그룹에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기가도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고, 분위기가 좋다." 동료들에 대한 흔들림없는 믿음을 표했다.

할아버지의 '복숭아 선물'을 언급하자 김동섭이 반색했다. "할아버지가 올해 팔순이시다. 훈련, 경기일정 때문에 잘 챙겨드리지도 못했는데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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