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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막혀버린 맨유, 루니 없이 괜찮을까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8-13 12:53


ⓒ 사진=맨유 공식 페이스북

맨유는 단순히 감독이 하나 바뀐 팀이 아니다. 27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퍼거슨 영혼'이 빠져나가면서 극심한 후유증이 뻔히 예고된 팀이었다. 그렇기에 올드트래포드에서 세비야에 1-3으로 무너진 것을 포함 프리시즌의 성적이 2승 2무 3패로 좋지 않았다고 해도 모예스의 맨유는 조금 더 긴 호흡에 부쳐볼 팀이었다. 그러면서도 EPL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치른 위건과의 커뮤니티쉴드에서는 완성된 그림까지는 아니라도, 대략적인 스케치와 채색 도구를 갖춰놓은 경기력 정도는 기대했던 게 대다수의 시선이었다. 대어급 영입이 있기는커녕 루니 마저 팀을 떠나겠다고 한 마당에도 말이다.

위건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맨유의 전력에 밀림은 물론, 선수층의 변화폭이 큰 데다 감독까지 바뀌었으니 탄탄한 응집력까지 기대할 수도 없었다. 단판 승부의 성격을 고려해 한 골 승부를 염두에 둔 위건은 우선 본인들의 골문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이를 상대한 맨유는 반 페르시를 최전방에 내세웠고, 긱스-웰백-자하 라인에 지원 사격의 임무를 맡겼으며, 클레버리-캐릭으로 그 뒤를 받쳤다. 활발한 스위칭을 가져간 맨유는 전술적 열쇠가 된 웰백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 선수가 후방과 왼쪽 측면으로 폭넓게 움직이며 패스 루트를 창조해내는 동안 긱스는 중앙으로 움직였고, 캐릭의 지원을 업은 클레버리는 높은 곳까지 전진해 윗선에서의 볼 점유를 늘렸다. 중앙에 많은 자원이 몰린 동안 왼쪽에서는 에브라의 오버래핑, 오른쪽에서는 자하의 능력에 기대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두 골을 쏘았으니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반 페르시는 전반 6분 아랫선으로 내려와 측면으로 패스를 돌린 뒤 본래 위치로 돌아가 헤딩으로 첫 골을 터뜨렸고, 후반 13분에는 페널티박스 앞 지점에서의 슈팅으로 두 번째 골까지 뽑아내 2-0 승리를 안겼다. 하지만 당장 이번 주말부터 리그를 시작한다는 관점에서 냉정히 평가했을 때, 맨유의 공격은 딱 여기까지였다. 90분 동안 7개,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 슈팅 개수가 이를 방증한다. 이들은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왓슨과 중앙 수비 퍼치-바넷 사이의 공간을 부수지 못했고, 공격진 대부분이 생각만큼 슈팅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위건이 웅크리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으나, 이것이 곧 EPL 13-14 시즌 중 중하위권 팀들과의 경기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꽤 부정적이었다.

시선은 자연스레 루니로 향한다. 측면-중앙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맨유 공격진, 해결사로 나설 자원은 이 선수뿐 아닐까. 위건전을 포함해 그동안 꾸준히 가능성을 보여준 웰백이나, 교체로 얼굴을 비춘 안데르손, 카가와, 야누자이, 그리고 부상 중인 치차리토도 완벽한 옵션은 못 된다. 위아래의 종적인 배치를 보이든, 좌우의 횡적인 전형을 꾸리든 반 페르시의 파트너엔 월등한 개인 능력으로 연계에 있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높디높은 골 결정력까지 갖춰 이 선수에 의존하는 정도를 낮출 자원이 필요하다. 적어도 EPL과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하며 덤으로 FA컵, 캐피탈원컵을 노리려는 맨유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루니다. 지난 시즌을 풀로 소화한 반 페르시의 행보가 이례적이었음을 되짚어 본다면 루니의 가치는 더욱더 빛난다.

몸은 맨유에 있으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난 듯했던 루니다. 이에 대해 모예스 감독은 커뮤니티쉴드를 마친 자리에서 "루니를 팔지 않을 것이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리저브팀에서 훈련한 것은 루니 스스로 원해서 이뤄진 것일뿐 다른 건 없다"라고 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13-14 시즌, 그리고 보름도 더 남은 이적 시장 앞, 아직은 그 끝을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루니와 견줄 만한 영입이 사실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과 공격 전개가 막혀버린 맨유 공격진에 루니가 절실하다는 점. 이는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 경기만 보고 치는 설레발이 절대 아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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