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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죽쑨날, 축협직원들이 전화를 무서워한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7-04 17:38 | 최종수정 2013-07-05 09:15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한국과 이란의 경기가 1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8회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축하하는 기념행사가 그라운드에서 펼쳐지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최강희 감독, 월드컵 레전드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18/

A대표팀이 '죽을 쑤고' 난 다음날 아침이면 대한축구협회 직원들은 마음을 굳게 먹는다. 쉴새 없이 울리는 책상앞 전화기 때문이다. 전화기를 드는 순간 분노에 가득찬 축구팬들의 '사자후'(?)가 직원들의 달팽이관을 강타한다.

축구협회 전화기는 축구팬 민심의 바로미터다. 평소에는 황당한 전화들이 많이 온다. 대부분 술을 한잔 걸친 축구팬들의 '내기 전화'다. '이런 상황이 오프사이드냐 아니냐. 혹은 반칙이냐 아니냐'등의 질문이 많다. 축구 규칙서를 찾아 판결을 내려주면 전화한 이의 입장에 따라 환호성 혹은 탄식이 들린단다.

A대표팀 결과가 좋지 않은 날이면 항의전화가 하루 종일 멈추지 않는다. 가장 빈번한 레퍼토리는 '전술'이다. "4-4-2는 안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쓰던 3-4-3으로 돌아가야 한다"로 시작한다.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구성'으로 이어진다. 그날 경기에서 실수한 선수가 있거나 골찬스를 놓친 선수가 주요 타깃이다.

감독 교체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대부분 외국 명장을 입에 올린다.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라"는 주문이 가장 많다. 몸값이 상당히 비싼 조제 무리뉴 감독이나 최근 은퇴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이야기도 심심치않게 나온다. 이미 고인이 된 리누스 미헬스 감독을 데려와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이야기를 다 들어준 뒤 "죄송하다. 잘 반영하겠다"고 말하면 대부분 흥분을 가라앉힌다. 직원들이 가장 받기 싫어하는 전화는 욕설이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만 내뱉고 끊는 전화가 상당히 많다. 초보 직원들은 심한 욕설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래도 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생겨서 조금은 나아졌다고 한다.

축구협회 직원들이 바라는 전화는 따로 있다. 격려 전화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20세 이하 월드컵 8강에 진출한 4일 격려전화는 거의 없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격려 전화 한 번 받으면 큰 힘이 된다. 좋은 일이 많아져서 격려 전화도 많이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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