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세상에 이런 일이' 골키퍼가 자기 골대에 슈팅한 사연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7-03 21:31 | 최종수정 2013-07-04 08:07


최은성. 스포츠조선DB

'세상에 이런 일이!'

'제2의 윤정환 골'이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전북-성남전에서 나왔다.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웃지 못할 희대의 해프닝이었다.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성남이 2-1로 앞선 후반 32분에 상황이 발생했다. 성남 수비수가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성남이 공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이 상황에서는 전북이 다시 성남에게 볼을 건네주는 것이 축구계의 불문율이자, 예의다. 드로인을 받은 전북 이동국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오른발로 성남 골키퍼에게 공을 건네줬다. 그런데 여기서 눈을 의심한만한 일이 벌어졌다. 골키퍼 전상욱이 전진한 사이 이동국의 패스가 키를 넘어갔고, 골로 연결됐다. 주심은 이동국의 득점을 인정했다. 2-2. 두 팀 선수들은 모두 황당해했다. 이때 상황이 또 발생했다. 전북 선수들이 성남 선수들에게 사과를 하려는데 성남의 김태환이 흥분하며 전북의 권경원을 밀쳐 넘어뜨렸다. 양팀 선수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전북이 자책골을 넣기로 합의를 하던 그 순간이었다. 김태환의 어이없는 오해(?)에 성남 선수들이 그를 만류하는 촌극까지 연출됐다. 결국 안익수 성남 감독이 그라운드로 직접 나와 김태환을 안정시켰지만 김태환은 퇴장당했다. 재개된 경기에서 이동국이 다시 볼을 잡았고 골키퍼 최은성에게 롱패스를 연결했다. 최은성은 패스를 받아 골문으로 차넣었고, 자책골로 사태가 일단락 됐다.

30년 역사의 K-리그에서 이같은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1997년 4월, 부천 소속이던 윤정환 현 사간 도스(일본) 감독이 같은 일을 겪었다. 울산전에서 후반 29분 상대 골키퍼에게 공을 되돌려 준다는 것이 45m 중거리 슈팅 골로 연결됐다. 부천은 전북과 마찬가지로 '고의적'으로 울산에 골을 내줘 1대1로 경기를 마쳤다. 2008년 5월에는 성남 소속의 최성국이 부산전에서 비신사적인 골을 넣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부산 수비수들이 부상자 발생으로 공을 밖으로 내보내던 중 성남의 외국인 두두가 공을 가로채 패스를 했고 문전에 있던 최성국이 골로 연결했었다.

경기를 마친 안 감독이 사태수습에 나섰다. 김태환의 행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경기중에 희노애락이 펼쳐지는데 상황마다 냉정하고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한다. (김태환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그 부분에서 죄송하다. 감독으로는 그라운드에 처음 들어갔다. 선수들이 무더위에 열심히 뛰다보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어 그 부분을 컨트롤해주기 위해 들어갔다. 잘못된 부분이라 조기 진압을 했다."

'제2의 윤정환 골'을 넣게된 이동국은 의도하지 않은 득점으로 찝찝한 시즌 10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이날 결승골은 골키퍼 최은성의 몫이 됐다. 임채민과 제파로프의 연속골로 리드를 잡았던 성남은 정인환에게 추격골을 허용했지만 최은성의 자책 결승골에 힘입어(?) 3대2로 승리를 거두고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반면 최강희 감독 복귀전에서 경남에 4대0 대승을 거뒀던 전북은 성남전 패배로 상승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