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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더위가 물러갔다. 27일 전국적으로 내린 많은 양의 비로 30도를 넘나들던 기온이 한 풀 꺾였다.
최강희호에겐 비소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A대표팀이 모인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는 오랜만에 내린 굵게 내린 빗줄기에 그야말로 흠뻑 젖었다. 소집날을 정확하게 맞춰 내린 비가 최 감독 입장에선 다소 야속하게 느껴졌을 법 했다.
정신없이 끝난 소집 뒤도 문제였다. 최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훈련 장소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통상 A대표팀 소집 시 사용하는 청룡 연습구장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으나, 비가 문제였다. 소집 첫 날 한 차례 훈련을 마치고 이튿날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떠나는 일정이 짜여졌다. 시즌을 진행 중인 국내파나, 시즌을 마치고 귀국해 휴식 중인 해외파 모두 이번 3연전의 관건은 컨디션 유지다. 비를 맞고 훈련하는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예민한 흐름상 이날 훈련이 전체 컨디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때문에 파주NFC에 신축된 풋살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원래대로'였다. A대표팀 관계자는 "풋살장 이용을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인조잔디 여건상 부상 위험이 있어 결국 청룡구장을 이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25~26일 2013년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를 치른 이동국 이승기(이상 전북) 이명주(포항) 등 8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선수들과 함께 1시간 가량 청룡구장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흠뻑 젖은 몸과 달리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최 감독은 "잘 준비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웃었다.
찜찜한 더위가 물러가고 계절은 제 모습을 찾았다.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는 최강희호도 다사다난 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굵은 비로 씻어냈다. '해피엔딩'의 서막이 올랐다.
파주=박상경, 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