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신기자의 開口]퍼거슨, 그는 영원한 승리자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5-14 09:22 | 최종수정 2013-05-14 09:23


퍼거슨 감독. 사진=TOPIC/Splash News

깜짝 발표였다. 퍼거슨 감독의 은퇴,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의 맨유왕조는 당분간 계속될 듯 보였다. 이번 시즌 우승 뒤, 그의 말들은 이적에 관한 것들이었다. "지난 3~4개월 동안 영입 대상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전력을 더 강하게 해줄 선수들을 찾는 작업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말에서 은퇴의 낌새를 느낄 수 있었을까. "이적 시장에서 자금을 따지면 맨체스터 시티나 첼시에 뒤진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력이나 영입 시장에선 우리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이 의미는 또 어떤가. 의심의 여지없는, 또 한번의 우승을 준비하는 베테랑의 멘트다.

그런데 모든 걸 뒤집었다. 멋지다. 아름다운 퇴장이다.

은퇴 이유, 역시 퍼거슨다웠다. 13일(한국시각) 인터뷰에서 아내를 언급했다. "아마 작년 크리스마스 때 은퇴를 결심한 것 같다. 처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아내가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내에게 최고의 친구가 없어졌기에 내가 시간을 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이런 이유를 댈 수 있을까.

또 있다. "챔피언으로서 물러나는 것도 중요했다. 맨유에서 내가 가장 원하던 일이 바로 챔피언이 되는 것이었다." 정상에서의 마무리, 쉽지 않은 결정이다. 누구나 '한번 더'라는 욕심이 생긴다. 우리들은 그런 노장들을 많이 봐왔다. '박수칠 때 떠나라', 생갭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는 그렇게 했다. 역시 퍼거슨이다.

팬들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만 하다. 누가 뭐래도 그는 최고의 명장이다. 세계 최고의 클럽 맨유는 곧 퍼거슨의 동의어였다.

화려한 역사를 살펴보자. 1998~1999시즌 트레블을 포함, 13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번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우승, 5번의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들어올린 우승컵이 무려 38개다. 엄청난 경력이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27년동안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그것도 한 클럽에서 이런 일을 해낸 사람은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선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오죽하면 퍼거슨의 대표적 라이벌인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조차 이런 말을 했을까. 사실 올시즌 맨유의 전력은 우승감이 못됐다. 그래서 퍼거슨의 지도력은 더욱 빛난다.

그 힘은 역시 열정이다. 축구는 그의 인생이다. 하루 24시간 중 14시간을 구단에서 일을 한다. 라이언 긱스의 말을 들어보자. "퍼거슨 감독은 스스로 선수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언제나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해서 가장 늦게 떠난다. 당연히 선수들도 이를 배울 수 밖에 없다. 퍼거슨은 자신의 역할을 즐긴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즐기고, 자신의 일과 관련한 모든 걸 사랑한다. 그는 유럽 원정 경기를 갔다가 새벽 4시에 집에 돌아와도 다음 날 오전 8시에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해 있다. 그리고 그날 밤 TV를 보고 있으면 전력분석을 위해 런던으로 넘어가 있다. 정말 불가사의하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있을까. 올해 72세인 노장의 삶이었다.


그의 축구 철학은 냉정하기도 하다. 팀 앞에서 개인은 없다. 베컴, 스탐, 판 니스텔로이 등 슈퍼스타들이 그의 철학앞에서 떠나야 했다. 당장의 팀전력보다, 미래가 우선이었다. 그래서 맨유는 항상 끈끈하다. 경쟁과 팀워크가 살아있다. 이를 두고 맨유의 전설 찰튼은 "맨유 구단의 모든 이들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바로 퍼거슨의 통제 하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클럽 내부의 모두는 퍼거슨이라는 이름 하에 통합된다"고 했다.

보도를 보니 퍼거슨 감독은 은퇴계획에 차질이 있었다고 한다. 당초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 때 깜짝 발표를 하려고 했단다. 한 매체는 '퍼거슨 감독이 애초 홈 최종전에서 은퇴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8일 영국 신문에 은퇴 기사가 나면서 어쩔 수 없이 시점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어쨌든 퍼거슨 감독은 13일 스완지시티와의 홈 최종전을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감사의 뜻을 전했다. 후계자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응원해달라는 말도 남겼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떠나는 노장을 축하해줬다.

퍼거슨 감독은 20일 웨스트브로미치와의 원정경기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하지만 그는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맨유를 세계 최고 클럽으로 만든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서. 정상에서 떠날 줄 아는 진정한 승리자로서.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