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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공개 그 후 일주일, 불편한 시선이 더 불편하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4-18 16:44 | 최종수정 2013-04-19 08:47



개혁의 칼을 꺼내든 지 일주일이 흘렀다.

속살을 공개했다. 프로축구연맹은 11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2013년 K-리그 20개 구단(클래식 14구단·1부 리그, 챌린지 6구단·2부 리그, 군팀인 상주 상무와 경찰축구단 제외)의 등록선수 641명(클래식 467명, 챌린지 174명. 외국인 제외)의 기본급과 각종 수당(승리수당, 출전수당, 성과급 등 기타수당·이상 추정치)을 더한 연봉을 공개했다. 대체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몇몇 구단은 물밑에서 부정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첫 삽을 뜬 것이 중요하다. 불편해하는 쪽에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30년 한 세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대에 접어든 한국 프로축구, 태평성대일까, 위기일까.

그것조차 진단하기 어려운 무대가 K-리그다. 의미있는 통계 자료가 없다. 대부분이 공개를 꺼린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수박 겉 핥기'식 구단 운영은 관행이 돼 버렸다. 기절초풍할 일은 산재해 있다. 일례로 한 지방 구단은 입장 관중을 약 1만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료 관중이 1300명 뿐이란다. 8700명이 공짜로 축구를 봤다. 공짜표는 만연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공짜표를 뿌려도 안 온다는 데 있다. 거두절미하고 K-리그는 위기다. 불편한 시선은 아직도 배가 불렀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기형적인 구도

연봉공개는 왜 개혁의 시발점일까. 누가 많이 쓰고, 적게 썼냐를 보자는 것이 아니다. 돈을 많이 썼다는 것으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투자가 많으면 환영받을 일이다.

문제는 기형적인 재정지출 구도다. 선수 연봉은 구단 1년 예산의 45~55%가 적정 수준이다. 아무리 많아도 60%를 넘기면 곤란하다. 그래야 마케팅 등 미래를 위해 예산을 할애할 수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대부분 구단들이 이 선을 지키고 있다. 수도권 A구단은 인건비로 연간 예산의 46.4%를 지출한다. K-리그는 다르다. FC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구단들은 60%가 넘는다. 일부 시도민구단은 선수 연봉으로 70~80%를 투자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오로지 성적에 올인하기 때문이다. 구단 수뇌부는 마케팅, 축구 인재 육성 등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러나 자리 보전을 위해 사장, 단장마저 성적에 매몰돼 있다. 특히 마케팅에 대한 철학도, 비전도 없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뭐하는가, 찾는 사람이 없는데. 팬층을 늘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예산 규모가 적다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건강한 구단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성적은 감독, 선수 등 현장에 맡기면 된다.


비교하고, 쇄신해야 된다

'우물안 개구리'로는 미래가 없다. 칼을 꺼내든 만큼 고강도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더 이상 실기하면 안된다. 프로연맹은 연봉 뿐만 아니라 유료 관중 수익, 구단별 경영지수 등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명성을 강화해 신뢰를 쌓아나가겠단다. 그러나 벌써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는 현재의 위치와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속도를 늦추면 안된다. 성적이 아닌 수익으로도 각 구단을 비교, 평가해야 된다. 그래야 이상적인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각 구단들의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

프로축구는 스폰서도 외면하고 있다. 올해 K-리그 1, 2부 메인스폰서는 권오갑 프로연맹 총재가 사장으로 있는 현대오일뱅크다. 다른 대기업과도 접촉을 했다. 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권 총재가 스스로 매듭을 풀었다. 그만큼 상품가치가 떨어져 있다.

일본의 J-리그는 장기적인 비전을 전 구단이 공유하고 있다. 뒤늦게 태동했지만 이미 K-리그를 추월한 원동력이다. '구단 이기주의'는 독이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그러면 망한다. 연봉공개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더 불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는가, 더 이상 숨기기만 할 때가 아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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