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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구자철 조합이 거울 삼아야 할 대상은?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3-03-25 09:24 | 최종수정 2013-03-25 11:29


<사진=KBS2 중계화면 캡처>

24일 오후 파주 NFC에서 훈련 일정을 소화한 최강희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왼쪽 측면 자원)두 포지션을 제외한 나머지 아홉 자리 주전은 확정됐다고 보면 된다."며 브라질로 가는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지동원과 손흥민, 이동국과 김신욱을 저울질하고 있는 현재, 확정된 아홉 자리에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아무래도 기성용과 구자철을 동일 선상에 배치하는 중원 조합이다.

같은 듯 다른 중원 조합, 공격 의지를 듬뿍 담다.

두 선수는 지난달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도 같은 라인에서 함께 발을 맞췄다.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던 당시 구자철이 정삼각형(△) 형태의 중원 조합에서 꼭짓점에 자리하고, 기성용이 박종우와 그 아래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줬던 것과는 다소 달랐던 그들의 활용법. 이들은 최전방의 지동원, 그리고 스위칭을 통해 수시로 중앙으로 들어오는 손흥민 바로 밑에 일직선으로 배치됐고, 공-수 모두에서 본인들의 역량을 펼치는 데 주력했다. 또, 후반전에는 이동국-박주영 투톱 아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이 예고한 카타르전에서의 '기성용-구자철 활용법'엔 적잖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당시엔 처져 있던 기성용을 앞으로 끌어 올리면서 구자철의 짝으로 삼고, 이를 받칠 만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을 뒤에 따로 배치했지만, 이번엔 이근호의 선발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 그의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즉, 4-4-2를 가동하든 4-2-3-1을 가동하든 한 달 전 기성용-구자철 라인 뒤에 포진시켰던 한 명을 이번엔 그들의 앞으로 옮겨 공격적인 역할을 맡길 예정. 이런 선택을 내리면서 크로아티아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신형민을 포함해 한국영과 황지수도 현재로선 플랜 B에 가까워졌다.

중원을 보다 '공격적'으로 꾸리며, 물러설 곳 없는 최종 예선에서 승점 3점을 확실히 노리겠다는 최강희 감독의 의중이 듬뿍 묻어난 선택이었다. 수시로 앞으로 치고 나와 실점의 위협을 꾸준히 가해왔던 크로아티아와는 달리 상대를 그들의 진영에 가둬놓고 때려야 할 시간대가 많을 경기인 만큼, 지공 상황에서 상당한 수비 숫자를 페널티박스 언저리에 배치해 최강희호의 공격 템포를 방해할 것인 만큼, 보다 공격적인 재능을 갖춘 미드필더들을 중원에 배치해 너나 할 것 없이 부지런히 상대 골문을 조준하겠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기성용-구자철 조합이 거울삼아야 할 대상은?

'공격적인 중원 조합'을 내세우겠다는 인터뷰를 듣고 슬그머니 오버랩된 건 전북과 알 사드의 2011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안방에서 모락모락 피어난 당시 열기는 2002 한일 월드컵을 떠올릴 만큼 대단했는데, 안타깝게도 전북은 아시아 클럽 축구의 왕좌를 놓쳤다. 당시 전북의 경기 운영을 한 번 되짚어볼까. 1-1이던 후반 5분,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정훈 대신 김동찬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전북은 10분 뒤 중원 장악의 실패로 역전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상대의 비매너 플레이가 성행하며 이승현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기까지 상당히 힘들었던 경기, 결과론적 얘기지만 '밸런스'라는 관점에서 전북의 준우승은 아쉬움이 컸다.

또, 가장 최근 경기였던 크로아티아전 후반전 참사는 어떠했나. 당시 후반전 45분 동안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이동국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향해 감아 찬 슈팅이 전부였을 정도.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며 가라앉은 분위기가 발목을 잡은 탓도 있었겠지만, 이동국-박주영 두 공격수 아래 기성용-구자철을 함께 배치한 중원의 문제도 심각했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의 지원을 받았던 전반전엔 구자철이 앞으로 튀어 나가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기성용 홀로 그 공간을 모두 커버해야 했던 후반전엔 얘기가 완전히 달랐다. '밸런스'가 흔들리며 헐거워진 중원이 상대의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 됐던 경기, 대표팀에 주어진 건 가벼운 예방 접종이 아닌 끔찍한 불주사였다.


인터뷰에서도 스스로 밝혔듯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바 있는 구자철이 공격적인 역할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기성용 홀로 드넓은 뒷공간을 모두 커버하기도 불가능하다. 곽태휘-정인환의 중앙 수비가 전진하고, 이근호가 내려와 해당 공간을 꾸준히 메울 수도 있겠지만, 상대가 쉽사리 대표팀 진영으로 넘어오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경기에 임하는 상대의 태도가 소극적이라고는 하나, 90분 동안 상대를 억누를 수 없는 만큼 역습에 대한 위험부담이 항시 도사리고 있는 카타르전, '공격'에 기본 포커스를 맞춰야겠지만 그것이 조직적인 '밸런스'까지 깨서는 몇 번이고 강조하고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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