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물꼬 튼 포항, '신토불이 축구' 탄력 받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3-11 05:37


◇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대전 간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포항 조찬호와 고무열이 팀 득점을 합작한 뒤 기뻐하고 있다. 포항은 대전을 3대0으로 완파하면서 시즌 무패 행진을 3경기째로 늘렸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의 '신토불이 축구'가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파로 올 시즌에 도전하는 포항이다. 지난달 27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0대0으로 비기자 우려의 시선이 컸다. 그러나 포항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가진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서 2대2 동점을 이뤄냈다. 9일 안방서 가진 대전 시티즌과의 클래식 2라운드에서는 3대0 쾌승을 거뒀다. 베이징전부터 대전전까지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의 흐름이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득점 물꼬를 튼 게 가장 큰 힘이다. 포항은 베이징, 서울전을 치르면서 최전방 골 결정력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박성호 고무열이 기대에 못 미쳤다. 2선의 힘으로 버텼을 뿐이다. 해결사 없이는 장기 레이스 성공을 바라보기 힘들다. 우려가 컸던 이유다. 하지만 대전전에서는 고무열이 1골1도움으로 맹활약 하면서 굳었던 황선홍 감독의 얼굴이 펴졌다. 풀타임을 뛴 박성호 역시 훌륭한 제공권 장악 능력을 선보이면서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음을 입증했다.

업그레이드된 조직력의 힘도 기대 이상이다. 황 감독은 지난해 전반기에 K-리그와 ACL을 병행하며 무너져 내렸던 기억에서 팀 운영의 해답을 찾았다. 후반기 파죽지세와 FA컵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은 원동력이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힘썼다. 신뢰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이끌었고, 실전 위주의 훈련으로 감각 유지와 경험 획득을 노렸다. 긴축경영으로 딱히 보강이 없는 구단 사정을 받아들이고 내부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선수들도 호응했다. 노병준 김원일이 선수단의 중심에서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여기에 겨우내 계약 문제로 구단과 줄다리기를 했던 황진성이 백의종군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됐다. 세 경기를 치르며 선보인 컴팩트한 패스와 이를 통한 공간 돌파는 끈끈한 조직력이 닦이지 않은 상황에서 발휘되기 힘든 요소들이었다.

안도하긴 이르다. 이제 스타트를 끊었을 뿐이다. 관건은 역시 ACL이다. 혹독한 1주일이 기다리고 있다. 대전전을 마친 포항 선수단은 11일 서울로 이동해 회복훈련을 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했다. 13일(한국시각) 타슈켄트에서 분요드코르와 ACL G조 2차전을 치르고 16일에 귀국,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일전을 치른다. 일본 J-리그 우승팀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원정에서 잡은 분요드코르나 클래식 2연승 중인 수원 모두 어려운 상대다. 포항의 신토불이 축구가 가진 힘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 분위기엔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체력관리에 실패하면 자칫 지난해 전반기의 악몽을 다시 떠올릴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황 감독은 대전전에서 고무열 조찬호를 일찌감치 교체하면서 체력비축에 신경을 썼다. 분요드코르 원정에서 주전과 백업을 섞은 18명 만을 대동한 채 나선다. 황 감독은 "(분요드코르는) 이미 한 차례 붙어봤던 팀이다.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잘 준비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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