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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연고 경기 없는 WK-리그, 도대체 연맹의 생각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3-05 18:35 | 최종수정 2013-03-06 08:56


◇고양종합운동장. 사진출처=고양종합운동장 홈페이지

최강의 전력을 가진 팀이 안방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팬들의 비난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리그 전체의 가치 하락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팀이라고 해도 중립경기에서 신바람이 날 리 만무하다. 자연스럽게 질적 저하와 무관심이 수반되고, 결국 리그 브랜드 가치가 깎이는 결과를 낳게 될 수밖에 없다.

개막을 앞둔 2013년 WK-리그는 발전 보다 퇴보를 택했다. 올 시즌 WK-리그는 경기도 이천과 충북 보은, 강원도 화천 단 세 곳에서 개최된다. 지난해까지 정규리그가 치러졌던 고양시는 빠졌다. 고양은 2011~2012년 WK-리그 연속 우승을 일궈냈고 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고양 대교의 안방이다. 하지만 대교는 올 시즌 정규리그 28라운드 내내 유랑 생활을 해야 한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으로 치면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쓰지 못한 채 한 시즌 내내 원정을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WK-리그를 운영하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이 리그 발전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흥행 부진에 애를 먹는 마당에 그나마 접근이 수월했던 고양종합운동장을 버리면서 여자축구 팬들의 발걸음마저 막아버린 셈이 됐다. 화천과 보은의 축구 열기가 높다고 하지만, 수도권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천에서는 초반 두 경기를 인조잔디구장에서 진행해야 한다. 선수들의 안전은 담보되지 않았다.

고양시측은 개최 불발 문제가 무리한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1억8000만원의 유치비를 요구했던 여자연맹이 올 시즌 2억5000만원을 달라고 했다"며 "경기장 대여 뿐만 아니라 유치비까지 시에서 감당하기에는 부담감이 컸다. 연고구단인 고양대교와 상의 끝에 결국 유치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은 선거 당시 WK-리그 뿐만 아니라 여자 축구 전체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WK-리그는 올해 단 세 곳의 지자체에서만 개최되면서 크게 위축됐다. 각 구단이 지역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연고지 개념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충북스포츠토토가 보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지난해 WK-리그에서 스포츠토토는 보은에서 단 두 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다. 올해는 보은 경기 수가 8경기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수원FMC(시설관리공단), 인천현대제철 단 두 팀과 각각 4경기씩을 치르는 기이한 형태로 짜여 있다. 여자연맹 측은 시드 추첨에 의해 일정을 짰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그가 연맹 자체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팀에 공평한 일정을 내놓는 것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여자연맹 측은 "유치비는 고양시에서 WK-리그를 개최하는 제반비용에 사용해왔던 것이며, 시즌이 끝난 뒤 잔액이 발생하면 시에 반납했다"며 "고양종합운동장의 규모가 크지만, 흥행 부진 뿐만 아니라 경기장 관리자들 마저 WK-리그 개최에 볼멘 소리를 했다.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던 타 팀의 불만도 컸다"고 주장했다. 일정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개최됐던 WK-리그 발전위원회를 통해 연고지 경기 확대 등 다양한 안이 논의 됐다"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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