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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호곤 감독의 믿음으로 탄생한 '개막전 사나이' 김신욱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3-03 13:46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25)에게 김호곤 울산 감독(62)은 '은인'이다. 김 감독은 김신욱이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2009년 울산에 입단한 김신욱의 포지션을 변경시켰다. 김신욱은 과천고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였고, 중앙대에선 수비수였다. 그런 그를 스트라이커로 변신시켰다. '고육지책'이었다. 당시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팀 내 공격수들의 줄부상으로 선수 운영이 어려웠다. 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김신욱의 공격력은 매년 향상됐다. 2009년 프로 첫 해 27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2010년 33경기에서 10골, 2011년 41경기 19골을 기록했다. 지난시즌에는 35경기에서 13골을 터뜨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6골을 터뜨리며 아시아를 발아래 두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발전시키고 싶어했던 헤딩력은 탈아시아급이 됐다. 위치 선정부터 헤딩으로 슛과 패스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결단은 성공이었다. 김신욱은 4년 만에 팀 내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이 상승세를 지난시즌이 끝난 뒤 해외진출로 이어가려 했다. 적기였다. 그러나 관심은 겉돌았다.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 다수의 유럽 명문 팀에서 영입 문의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손에 쥐고 협상할 공식 제안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았다.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아닌 병역 문제였다. 김신욱의 군입대 계획은 4년 뒤 얘기였다. 그러나 김신욱을 원하는 팀과 울산 사이에 '윈-윈 전략'이 맞아 떨어져야 했다. 이적할 팀에서는 재투자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울산에서 책정해놓은 300만달러(약 32억원·추정치)의 이적료를 지급하고 김신욱을 영입한 뒤 향후 구단 이익을 위해 빅클럽으로 이적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시점이 되면, 김신욱은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다소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 힘을 불어넣은 이는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언제든지 김신욱의 해외진출을 돕겠다"고 했다. 유럽 이적시장 규모는 겨울보다 여름이 크다. 김신욱의 유럽진출 가능성은 5~7월 사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김신욱은 "감독님께서 연봉협상이 끝난 뒤 강한 믿음을 주셨다. 김 감독님은 내가 울산에서 축구를 하는 이유다. 감사함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보다 내 미래를 더 생각해주시는 것을 느꼈다.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길은 울산에 있을 때 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나는 아직 울산 선수다. 이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면 힘들 것이다. 울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욱은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2일 대구와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개막전(2대1 승)에서 천금같은 역전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경기장 시계가 멈춘 후반 추가시간, 왼쪽 측면에서 호베르또의 헤딩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신욱이 울산에 봄을 가져왔다. 이쯤되면 '개막전의 사나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김신욱이 개막전에서 골맛을 본 것은 벌써 3시즌 연속이다. 2011년 대전과의 첫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지난해 포항을 1대0으로 격침시킬 때 결승골을 넣었다. 올시즌에도 어김없이 개막전에서 골을 신고했다.

김신욱은 올시즌 새로 합류한 김태영 코치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김 코치님은 선수들 입장에서 이해를 많이 해주신다. 칭찬도 곁들여 주신다. 믿음과 소통이 신바람을 낼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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