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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 변수 관리' 시즌 전 수원의 마지막 숙제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2-25 17:51 | 최종수정 2013-02-26 08:40


정대세.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다. 당장 한 치 앞의 일도 가늠하기 힘들다. 변수는 그 이름처럼 변화무쌍하다. 긍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 변수들이 갑자기 돌변한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부정적 변수에 조직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조직들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 관리)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K-리그 클래식에도 리스크 매니지먼트 바람이 불고 있다. 수원이 앞장서고 있다. 수원식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가장 큰 특징은 '침묵'이다. 시즌을 앞두고 구단 전체에 함구령을 내렸다. 17일 팀의 팬즈데이 행사도 조용하게 치렀다. 사전에 연락해 취재 자제를 부탁했다. 지난 시즌 팬즈데이에서 클럽하우스의 라커룸까지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에도 쇄도하는 취재 요청을 19일 하루로 통일했다. 시즌 시작 전 요란하게 홍보했다가 성적이라도 좋지 않으면 곤란하게 될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였다.

수원식 '침묵'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핵심에는 '인민루니' 정대세(28)가 있다. 수원이 정대세를 데리고 올 당시만 하더라도 '흥행'을 기대했다. 정대세만한 이슈 메이커도 없었다. 북한 A대표팀 스트라이커였다. 브라질과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며 유명세를 탔다. 정대세의 계약 진척 여부부터가 엄청난 관심 대상이었다. '수원맨' 정대세는 올 시즌 최대의 '흥행 보증 수표'였다. 지난달 8일 입국 당시, 그리고 이틀 뒤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흥행 보증 수표라던 정대세는 위기 변수로 탈바꿈했다. 12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 남-북 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북한의 스트라이커인 정대세의 '한마디'는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정치적으로 왜곡될 소지가 있었다. 수원은 정대세 꽁꽁 싸매기에 돌입했다. 입단 기자 회견 이후 구단 속으로 정대세를 숨겼다. 해외 전지훈련 공동취재단의 인터뷰만 한 차례 허용했다. 사진은 가능하지만 '말'만은 철저하게 통제했다. 미디어가 몰려든 19일에는 하루 휴가를 주었다. 외부와의 만남을 원천 차단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정치적 왜곡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생각이다.

두번재 이유는 정대세의 '불확실한 몸상태'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정대세는 펄펄 날았다. 4골을 넣으면서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식 경기가 아니었다. 정대세는 2012년 1년간 쾰른에서 11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경기 감각이 완전하지 못하다. 수원 관계자는 "정대세가 오랜 기간 실전을 뛰지 못했다.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대세와 외부의 접촉을 차단했다"고 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다음달 2일 K-리그 클래식이 개막한다. 경기 후 인터뷰를 수원이 막을 명분이 없다. 경기 후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게 된다. K-리그 클래식 개막과 함께 정대세의 '침묵'도 봉인해제된다. 인터뷰장에 서게 될 정대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 지 수원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세상에 나오게 될' 정대세 변수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이 풀어야할 마지막 숙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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