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186일만에 되찾은 미소, 박종우 "어리버리했던 것 같아요"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2-13 18:06


"동메달 수여 소식을 듣고 어리버리했던 것 같아요."

'독도남' 박종우(24·부산)가 13일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2012년 8월 1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를 문제삼은 이후 186일 만에 되찾은 환희였다.

이날 편한 캐주얼 차림을 한 박종우는 "동메달이 수여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어리버리했던 것 같다"며 "이내 '이제 마무리 됐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박종우는 12일 마지막 심판대에 올랐다. IOC 징계위원들 앞에서 1시간 정도 소명 기회를 가졌다. 진심을 담았다. 박종우는 "세리머니 상황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했다. 위원들이 진심으로 들어준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종우의 간략한 설명과 달리 징계위원회 분위기는 다소 심각했다. 박종우와 함께 IOC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변호인인 제프리 존스 국제변호사는 "징계위원들이 '선수가 왜 피켓을 들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세리머니의 의미를 아는지' 등 여러가지를 물어봤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징계위원들이 준비를 많이 했더라. 우리의 프레젠테이션이 첫 번째 순서였는데 징계위원들이 그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진과 영상을 먼저 보여주더라. 우리는 부인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예상했던 질문이 다 나왔다. 그래도 가장 당황케 한 질문은 '세리머니의 의도가 우발적이지 않고 알고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박종우가 한글을 읽을 줄 아니깐 처음에는 안믿는 눈치였다. 사실 이 부분을 징계위원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결론적으로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또 "중요한 건 선수의 마음이었다. 이기지 못하면 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완벽하게 준비해 행복한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종우는 "스위스에 가기 전 집에 올림픽 동메달 자리를 비워두고 반드시 찾아오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이렇게 간절했기에 진심이 통했다.

지난 6개월간 이어진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와 IOC 판결로 받은 고통의 시간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인내한 결과는 달콤했다. 박종우는 "마음고생이 길긴 했지만, 이 과정 속에서 성숙해졌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대답했다. 그는 "올림픽을 다녀온 뒤 심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 경기력이 미흡했다. 그러나 올해는 좋은 일과 함께 멋진 경기력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종우는 지난해 12월 FIFA 징계가 내려진 이후 트레이드마크였던 콧수염을 잘랐다. 그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면서 수염을 잘랐다"고 했다. 잃어버린 동메달을 되찾은 기쁨을 안고 다시 뛴다. 그가 부활할 무대는 K-리그 클래식이다. 박종우는 "다시 A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선 K-리그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