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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구자철, 신형민'을 중심으로 되짚어보자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3-02-07 09:45 | 최종수정 2013-02-07 12:23



이런 경기를 한 번 하고 나면 들끓는 여론에 '지구 종말'이 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브라질로 가기 위해 최종 예선 4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월드컵 본선에서나 맞붙어 볼 법한 높은 클래스의 상대를 만나 폐허가 된 분위기 속, '한 줄기 빛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보다 현명할 일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벽을 절절히 느꼈던 크로아티아전을 차근차근 되짚어보고자 한다. 최강희 감독이 시도한 '중원 실험'을 중심으로 말이다.

전반전, 신형민의 등장과 기성용의 전진 배치.

징계로 최종 예선 두 경기를 뛸 수 없게 된 박종우를 포함, 그동안 중원에 기용되어온 김두현, 김정우, 하대성, 황진성 등이 모두 제외됐다. 이들을 대신해 빈 리를 채운 건 김재성과 신형민. 김재성은 주 활동 범위가 기존 자원들과 상당 부분 겹칠 수 있어 출장이 쉽지 않았던 반면, 신형민은 '수비형 미드필더'에 맞는 자원으로 선발 출장의 기회를 잡아 중원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기성용이 있을 때마다 구사했던 정삼각형 형태(4-2-3-1)의 중원 조합을 이번엔 역삼각형(4-1-4-1)으로 뒤집어 배치했다는 점이다.

신형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했을 때, 기성용의 위치는 신형민이 아닌 구자철의 옆자리가 됐다. 동일 선상에서 구자철이 조금 더 전진해 최전방 지동원에 대해 수시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면, 기성용은 위아래를 오가는 종적인 움직임으로 스완지에서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구실을 한 것. 지금껏 중거리 슈팅을 쏘거나, 세밀한 패스 전개를 보여주는 등 공격적으로도 훌륭한 재능을 보여 줬지만,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하면서 가려졌던 기성용의 장점을 재차 수면 위로 올릴 수 있는 활용법이었다. 더욱이 풍부한 활동량으로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는 구자철이라면 기성용의 수비적인 짐도 줄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진영에서 생긴 '균열'을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모드리치와 크란차르가 번갈아가며 중원을 점령하던 상황, 일차적으로는 '중심부'에 위치한 신형민의 플레이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고, 이차적으로 드넓은 중원을 도맡은 신형민을 위해 수비 지원을 해줘야 할 '주변부'가 흔들리는 악재가 뒤따랐다. 측면에 무게를 실은 상대를 제어하기 위한 기성용-구자철의 측면 지원도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으며, 좌우의 손흥민, 이청용도 부지런히 내려는 왔으나 수비진의 불안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허리진에서 어느 정도 버텨줬을 때, 전진을 통해 압박 과정에 동참해야 할 중앙 수비는 볼 처리 미숙으로 더없이 불안한 모습이었고, 측면 수비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반전, 기성용-구자철 라인의 밸런스 붕괴.

최강희 감독은 후반 들어 '이동국-박주영의 동반 투입'을 골자로 한 또 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이렇게 두 선수가 '공존'하는 건 지난해 2월에 펼쳐진 3차 예선 쿠웨이트전 이후 1년만. 원톱 지동원을 실험하고자 했던 전반전에는 세 명의 미드필더가 필요했지만, 이동국과 박주영을 투톱 혹은 원톱-처진 스트라이커로 동시에 활용하려던 후반전에는 중원의 숫자를 두 명으로 줄여야 했다. 이 상황에서 신형민이 빠지고 중원의 몫은 기성용-구자철에게 맡겨졌는데, '밸런스' 측면에서 우려됐던 이 조합은 후반 내내 삐걱거렸다.

4-4-2(4-4-1-1) 시스템에서 기성용-구자철로 중원을 꾸릴 때의 관건은 이들이 갖고 있는 공격 성향을 얼마나 잘 절제하며 균형 잡힌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있다. 구자철이 풍부한 활동량과 적극성을 보유한 건 맞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그의 수비 형태가 주로 전방을 향한 전진 압박이라는 것.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뒤에 받치고 운영했던 전반전에는 전진을 거듭해 원톱을 보좌해도 괜찮았지만, 후반전은 아니었다. 결국 전진과 후퇴 속에서 애매한 움직임을 보인 결과, 상대의 전진 패스 한 방에 중원은 뻥 뚫렸고, 뒤에서 홀로 수비하고 다시 공격을 전개하던 기성용은 안쓰러울 정도로 지친 기색을 보였다. 즉, 선수 개인적인 '성향'이 해당 포지션에 완벽히 들어맞지 않는 모습만 반복됐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에서라면 후반에 꺼내 든 투톱 카드가 '오답'에 가까웠음도 함께 꼬집어 봐야 한다. 구자철이 전진해 압박을 펼치려 했던 진영은 오히려 투톱이 분담해야 할 공간이었다. 하지만 상호보완적이지 못했던 두 공격수기 구자철이 전진하지 않을만큼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또, 김보경이 투톱 밑으로 들어오고, 박주영이 내려오더라도 썩 나아지지 않은 공격 상황도 발목을 잡았다. 고립된 투톱을 향해 전진하던 중 볼을 빼앗긴다면, 그 지점보다 앞선에 자리한 2~3명, 동일 선상에 위치한 2~3명은 수비적인 도움을 전혀 줄 수 없었고, 남은 선수들로만 기본 수비 대형을 꾸려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음을 최강희 감독도 뼈저리게 느낀 경기가 아닐까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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