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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포항 감독이 눈물을 흘렸다.
포항 그리고 파리아스
황 감독은 2010년 시즌을 끝내고 부산을 떠나 포항에 둥지를 틀었다. 포항은 친정이었다. 1993년 선수로 포항에 입단한 황선홍은 1998년까지 포항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1990년대 포항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포항 구단은 '전설의 귀환'이라며 들떠 있었다.
또 다른 부담도 있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었다. 2005년 부임했던 파리아스 감독은 2009년까지 5년간 포항의 K-리그 우승, 리그컵 우승, FA컵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파리아스 감독 이후 포항에 부임했던 레모스 감독이나 박창현 감독 대행 모두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1년 황 감독은 포항을 K-리그 3위(최종순위)로 이끌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파리아스의 아이들을 활용한 것 뿐'이라는 평가절하적 시각도 분명 존재했다. 황 감독 자신의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2012년은 황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였다.
팀을 하나되게 한 약속
황 감독은 욕심을 냈다.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하고 싶었다. 박성호와 지쿠, 김진용 등을 영입했다. 하지만 공격수들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했다.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K-리그에서는 13위까지 떨어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돌파구를 모색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의견에 귀기울였다. 6월 A매치 휴식기에 포항은 경기도 용인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전지훈련이 절정에 오르던 중 '팀 발전 워크숍'을 가졌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이 머리를 맞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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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은 하나가 되어갔다. 이 무렵 '제로톱'을 들고 나왔다. 공격수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적중했다.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5대0 대승을 거두었다.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제로톱은 임시방편이었다. 한 시즌을 다 소화할 수는 없었다. 박성호 등 공격수들에게 "한 시즌 내내 제로톱으로 갈 수 없다. 믿고 기다려라. 기회가 갈 것이다"고 다독였다. 8월 들어 박성호가 부활했다. 승승장구했다. K-리그 3위권에 육박했다. FA컵에서 우승했다. 이제 포항은 파리아스가 아닌 황 감독의 팀이 됐다.
다시 아시아
황 감독의 눈은 이제 다시 아시아 무대로 향하고 있다. 목표는 우승이다. 올 시즌 실패로 많은 것을 배웠다. 황 감독은 "분요드코르나 애들레이드 등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그들의 경기 운영 능력은 절묘했다. 우리도 많이 배웠다"고 했다. 선수 재구성 작업에도 돌입했다. 좋은 선수들을 물색 중이다. 외국인 선수도 알아보고 있다. 남은 경기는 내년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황 감독은 "내년 아시아 무대에 도전하려면 여러 정비가 필요하다. 약간의 보강도 필요하다. 잘 정비해서 목표를 향해 전진하겠다"고 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