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닫은 수원시 "수원FMC 연내 해체" 선언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10-18 14:47 | 최종수정 2012-10-18 14:47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오로지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할 뿐이다.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수원시의 현실이다.

수원시가 WK-리그 수원시설관리공단(이하 수원FMC)을 올 연말 해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체 이유는 성적 부진과 연고 지역 선수 부재다. 박흥식 수원시 문화교육국장은 "수원FMC 해체 뒤에는 노후 인조잔디축구장 교체 및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에 대한 보강, 꿈나무 육성 및 생활체육 등에 투자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29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수원 야구장 리모델링 사업은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공모에 선정되어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원FMC는 첫 시즌이었던 2009년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강호 현대제철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전국여자축구선수권 실업부 우승까지 '더블'을 차지했다. 2011년에도 WK-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성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예산을 줄이면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6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이성균 수원FMC 감독은 "제대로 선수 수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성적을 내느냐. 여지껏 기록한 것은 성적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주장 박현희도 "올 시즌 6위를 기록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연고지역 팀 및 선수 부재도 수원FMC보다는 수원시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이다. 최근 잇단 초중고 야구팀 창단과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축구에 대한 지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이 해외 전지훈련 등을 다녀올 때에도 수원FMC에 지원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선수들은 이미 수원 시민이 된 상태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적극지원을 약속한 염태영 후보(현 수원시장)를 지지하기 위해 각지에 흩어져 있던 선수들의 주소지를 수원으로 옮겨놓은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수원FMC의 해체가 시 소속 다른 팀의 도미노 해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원시는 이날 수원FMC 뿐만 아니라 현재 23개 종목인 운동부를 순차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각 시도 운동부 현황과 예산을 공개하면서 "수원과 인구가 비슷한 성남시는 3종목 25명(22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임 시장의 전횡으로 시 재정이 파탄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성남과 수원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일부에서는 "결국 운동부 정리는 전임시장 색깔지우기"라는 의견도 내고 있다.

이날 수원시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수원FMC를 비롯해 수원시체육회와 수원생활체육협의회, 한국여자축구연맹의 행동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염 시장의 후보 시절 약속 이행 및 최근 해체 움직임 등을 종합해 정치권에 공론화 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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