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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보이콧 상주,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2-09-12 17:02 | 최종수정 2012-09-12 17:13


상주 박항서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절대'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판단은 아닌 듯 하다.

상주가 남은 K-리그 경기에 불참을 선언했다. 앞으로 프로선수도 뽑지 않겠단다. '엄청난' 일이다. 그대로 된다면 K-리그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군입대를 앞둔 선수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이재철 상주 단장은 12일 전화통화에서 "국군체육부대에서 국방부 관계자 등과 논의한 결과 K-리그 일정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16일 대구와의 원정경기부터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 10월 예정되어 있는 신입선수 테스트에서도 프로 선수들을 배제할 생각이다"고도 했다. 상주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사회 결정에 대한 반발이다. K-리그 이사회는 11일 상주의 '강제강등'을 확정했다. "상주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클럽라이선스 요건을 맞추지 못한다"며 상주의 2부리그행을 못박았다. 상주측은 "강제 강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 구단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강력대응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이해는 간다. 잘못의 우선 순위를 따져보자. 이사회 결정이 성급했다. 굳이 지금 결정을 내릴 일이 아니었다. 한창 준비하고 열심히 뛰려는데 이유를 지워버렸다.

12일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상주 박항서 감독은 "10위를 달성해 1부리그에 남는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승점 전략도 이미 짜놓았다. 그런데 어제 강제강등 소식을 들었다. 시즌 14경기가 남은 상태에서 목표의식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고 한탄했다. "시즌 중에 발표하는 것이 적절했는지에 의문이 간다"고 서운해했다. 말 그대로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일단 이사회가 잘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상주의 결정은 '도'가 지나치다.

상주는 군팀이다.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진짜 프로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의 입장에서 큰 틀을 생각해야 한다. 프로 1부리그에 연연해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보자. 군인이 일반인을 이기는 게 뭐가 중요한가. 프로선수들과 경쟁, 성적을 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말 그대로 큰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상무가 프로축구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는 크다. K-리그의 파이를 키웠다. 입대한 프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줬다. 이런 공로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단물만 빼먹고 버리는' 차원도 아니다. 할 일은 충분히 했다. 더 큰 발전을 위한 자리를 찾을 때가 왔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 마땅한 '예우'도 있어야 한다.

이 단장은 "올시즌 남은 경기를 뛸 동력이 전혀 없다"며 "국방부 측에서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상무는 군인이다. 강경한 입장이라는 국방부는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곳이다. 국가의 안위에서 프로 1부리그 참여는 중요치 않다. 최종 결정권자는 국방부 장관이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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