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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의 주장이 아닌 팩트만 보자.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이 대전을 2대0으로 눌렀다. 경기가 끝나고 대전 서포터 두 명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다. 인천 마스코트를 폭행했다. 인천 서포터들도 맞대응했다. 대전 서포터들 쪽으로 다가왔다. 패싸움이 벌어졌다. 명백한 폭력죄다. 마스코트를 폭행한 대전 서포터들이나 이를 보복한다고 다시 폭력을 행사한 인천 서포터들이나 모두 죄가 있다. 동시에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회요강 제27조 '경기장 안전과 질서 유지' 위반이다. 이 조항에 명시된 관중의 소요 난동 사항에 해당한다.
지난해 9월 터키 수페르리그 페네르바체와 마니사스포르의 경기가 펼쳐진 터키 이스탄불 수쿠르 사라코글루에는 4만1663명의 관중이 모였다. 성인 남자는 없었다. 여자와 12세 이하 어린이들만 있었다. 2달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페네르바체와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친선 경기 도중 홈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난동을 일으킨 것에 대한 벌이었다. 당초 터키축구협회는 리그 개막 후 페네르바체의 홈 2경기를 무관중으로 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축구장=평화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여자와 12세 이하 어린이들만 입장시켰다. 이 외에도 유럽에서는 관중들의 폭력 및 난동에 대해 무관중 경기 징계를 내린 사례는 수없이 많다.
프로연맹 역시 이번에는 무관중 경기 징계를 내려야 한다. 무관중 경기 징계 핵심은 서포터들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다. 경기 직접 관전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서포터들에게 가장 큰 벌이다. 서포터들은 '내가 잘못하면 우리 모두가 경기를 볼 수 없다'라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폭력을 행사한 해당 서포터가 조직 내부에서 '영웅이 아닌 지탄의 대상'이 된다. 서로서로 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대전과 인천에게 모두 잘못이 있다. 무관중 경기는 두 구단 모두에게 내려야 한다.
결국 문제는 프로연맹의 의지다. 프로연맹은 이미 무관중 경기 징계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바 있다. 2005년 6월 전북과 수원의 경기에서 코치진 항의와 선수의 모욕적인 제스처, 서포터스 항의 사태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뒤 '향후 무관중 경기 징계와 서포터스 격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7년 전 표명했던 당찬 의지를 이번 기회에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