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팀은 스토리가 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그가 이끄는 팀은 가난하다. 올림픽대표팀이 세상에 나온 이후 단 한 차례도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유럽파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은 더 이상 없다.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조영철(니가타) 등 J-리거들도 늘 눈치를 보며 차출 협조를 구해야 한다. "새롭게 볼 선수는 없다. 단지 어느 선수가 차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봐야할 뿐이다."
홍명보호는 경남 남해에서 담금질 중이다. 2연전의 첫 상대가 한국 축구의 공적으로 떠오른 카타르다. 5일이었다. 수원에 이어 전북이 카타르 알 사드를 넘지 못했다. 정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수원은 4강,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사드의 비신사적인 축구에 무너졌다. '침대 축구'에 치를 떨었다.
"나도 열받더라." 홍 감독도 분노했다. 공교롭게 카타르와의 원정경기가 알 사드 홈경기장에서 열린다. K-리그의 대리 복수전이다. 홍 감독의 머릿속에는 승점 3점으로 채워져 있다.
최대의 적은 '침대 축구'다. 홍 감독은 "사우디전에 앞선 카타르와의 원정경기가 더 중요하다. 상대가 선제골을 터트릴 경우 침대 축구가 예상된다. 그 상황을 안 만들어 주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은 국제 경험 부족이다. 20명이 땀을 흘리고 있는 홍명보호에는 8명이 대학 선수다. A매치 후 윤빛가람(경남) 홍정호(제주) 홍 철(성남) 서정진(전북) 등이 돌아오지만 K-리거도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백업이다.
대비책 많지 않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선수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다. "경기 때는 늦다. 선수들은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라운드에 들어갈 것이다. 경기장 내외적 환경은 물론 경기 시작 후 15분, 끝나기 직전의 10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등 세밀한 부문까지 훈련시키고 있다. 지고, 이기고 있을 때의 대응책도 마련해줘야 한다."
'파울 주의보'도 내렸다. 침대 축구에 흥분하면 치명타다. 반전시킬 수 없다. 홍 감독은 "침대 축구에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파울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파울하지 않고 흐름을 계속 이어가야 우리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축구에서 한국에 유리한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믿을 건 '우리' 뿐이다. 올림픽대표팀은 11일과 15일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울산, 부산과 연습경기를 가진 후 18일 카타르로 출국한다.
남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