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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분노 "침대축구는 저지한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1-09 08:58



"우리 팀은 스토리가 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그가 이끄는 팀은 가난하다. 올림픽대표팀이 세상에 나온 이후 단 한 차례도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유럽파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은 더 이상 없다.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조영철(니가타) 등 J-리거들도 늘 눈치를 보며 차출 협조를 구해야 한다. "새롭게 볼 선수는 없다. 단지 어느 선수가 차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봐야할 뿐이다."

겉은 그렇지만 속은 풍성하다. 아직 세상의 관심과는 무관한 선수들의 눈빛에는 생기가 넘친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희망을 쓴다. 홍명보호는 23일과 27일 카타르(원정), 사우디아라비아(홈)와 격돌한다. 운명의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3차전이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갈림길이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 2대0 승리로 한국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함께 속한 A조에서 1위에 올라있다. 카타르와 사우디라아비아는 첫 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두 경기를 잡으면 런던행의 6부 능선을 넘게 된다.

홍명보호는 경남 남해에서 담금질 중이다. 2연전의 첫 상대가 한국 축구의 공적으로 떠오른 카타르다. 5일이었다. 수원에 이어 전북이 카타르 알 사드를 넘지 못했다. 정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수원은 4강,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사드의 비신사적인 축구에 무너졌다. '침대 축구'에 치를 떨었다.

"나도 열받더라." 홍 감독도 분노했다. 공교롭게 카타르와의 원정경기가 알 사드 홈경기장에서 열린다. K-리그의 대리 복수전이다. 홍 감독의 머릿속에는 승점 3점으로 채워져 있다.

최대의 적은 '침대 축구'다. 홍 감독은 "사우디전에 앞선 카타르와의 원정경기가 더 중요하다. 상대가 선제골을 터트릴 경우 침대 축구가 예상된다. 그 상황을 안 만들어 주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은 국제 경험 부족이다. 20명이 땀을 흘리고 있는 홍명보호에는 8명이 대학 선수다. A매치 후 윤빛가람(경남) 홍정호(제주) 홍 철(성남) 서정진(전북) 등이 돌아오지만 K-리거도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백업이다.

대비책 많지 않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선수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다. "경기 때는 늦다. 선수들은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라운드에 들어갈 것이다. 경기장 내외적 환경은 물론 경기 시작 후 15분, 끝나기 직전의 10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등 세밀한 부문까지 훈련시키고 있다. 지고, 이기고 있을 때의 대응책도 마련해줘야 한다."

'파울 주의보'도 내렸다. 침대 축구에 흥분하면 치명타다. 반전시킬 수 없다. 홍 감독은 "침대 축구에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파울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파울하지 않고 흐름을 계속 이어가야 우리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축구에서 한국에 유리한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믿을 건 '우리' 뿐이다. 올림픽대표팀은 11일과 15일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울산, 부산과 연습경기를 가진 후 18일 카타르로 출국한다.
남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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