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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만두자니 할 게 없었다."
독일에서 보낸 3개월의 기억을 되짚었다. 한마디로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하루에 세 차례씩 이어지는 재활 훈련과정을 타지에서 홀로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며 "예전에 한 번 운동을 그만둔 경험만 없었다면 도중에 포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대학생 시절 얘기다. 연세대 재학 중 촉망받던 수비수 김주영은 갑자기 운동을 그만뒀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그라운드를 떠나 방황했다. 9개월간 다른 일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축구 밖에 모르고 산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돌아올 곳은 그라운드 뿐. 결국 다시 축구화를 집어 든 그는 2008년 말 K-리그 드래프트를 신청했고 경남이 그를 선택했다.
독일에서 그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대화를 나눌 상대도 없이 재활 치료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혼자 밥을 차려먹고 청소까지 해치워야 했다. 더욱 힘들었던 건 재활을 하면서도 무릎 통증이 계속 됐다는 것. 하지만 2008년도의 방황이 그를 다시 재활 훈련장으로 이끌었다.
지난 7월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힘든 나날은 계속됐다. 마음은 그라운드 위에 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몇 번이고 병원을 찾아가 "경기에 나서도 되죠?"를 물었지만 병원에서 돌아온 답은 "나갈수는 있지만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였다. 최진한 경남 감독도 "재발하면 다음 시즌도 못 뛰게 되니 몸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때까지 기다려라"는 말로 그를 만류했다.
마음을 고쳐 먹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복귀했을 경우 100%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컴백 무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기로 했다. 돌이켜보니 당시의 선택은 옳았다.
"일찍 복귀했더라면 아마 팀의 구멍이 됐을 것이다. 몸을 사리면서 '한 물 갔다'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싫었다. 지금은 세밀한 움직임을 빼고는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올시즌 남은 한 가지 희망은 경남의 6강진출이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하면 가능성이 있다. 시즌 최종전이 서울전인데 경남 홈경기이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나서지 않는게 팀에 도움이 된다면 경기에 빠져도 상관없다. 팀이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산전을 앞두고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내가 합류했다고 팀이 바뀐건 아니다. 그저 타이밍이 좋아 승리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