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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제언, 상무를 K-리그 육성팀으로 만들자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08-25 14:03 | 최종수정 2011-08-25 14:04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박태하 수석코치와 함께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FA컵 4강전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지난 10일 한-일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한 후 한국축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가와 신지(독일 도르트문트), 혼다 게이스케(러시아 CSKA 모스크바), 하세베 마코토(독일 볼프스부르크) 등 유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은 세밀한 패스에 파워를 더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반면, 대표팀의 중심인 유럽파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기와 개인 기술에 경험까지 일본에 뒤처지는 모양새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선수들의 유럽리그 진출이 더 활발해져야 하는데 병역 문제가 발목을 잡고, 충분한 준비 없이 나가다보니 경쟁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군인팀인 상무를 활용해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높이자고 한다.

조 감독은 "K-리그 대다수 팀들이 산하에 유스팀 형태로 고등학교 팀을 지원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고교를 졸업하고 클럽에 입단해도 현실적으로 K-리그에서 당장 활용하기 어럽다. 이들을 팀별로 2~3명씩 상무에 보내 2년 간 프로선수로서 기초를 닦게 하면 병역 문제도 해결되고, 장기적으로 한국축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곤에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레바논전과 쿠웨이트전에 나설 대표 명단을 발표하고 있는 조광래 감독(오른쪽에서 세번째).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물론, 현재 K-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상무의 팀 운영 형태가 달라져야 한다. 우선 현재의 군무원이 아닌 전문 육성 코치로 코칭스태프를 바꿔야 한다. 유망주 육성에 조예가 깊은 국내외 지도자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젊은 선수들을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다.

조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조 감독의 제언이 현실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승강제 도입과 함께 상무는 1부 리그에서 K-리그 팀들과 경쟁하는 게 아닌 2부 리그에서 한국축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 감독은 "20세 전후의 어린 선수들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 시기에는 스폰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나 개인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확실하게 기본기를 심어 주는 게 가능하다. 소속 팀에도 도움이 되고, 선수도 병역 문제가 해결되면서 해외 진출에 유리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유럽리그에 진출하고도 소속팀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본기 부족이다"고 설명했다. 유망주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조 감독이기에 더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상무가 유망주들의 전문 육성팀이 되면 각급 대표 선발을 둘러싼 구단과 협회, 대표팀 간의 불협화음도 사라진다. 20대 초반 유망주 팀이 상무 소속 선수들이 20세 이하 대표로 올림픽대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무도 소속 선수들이 각급 대표로 활약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 상무뿐만 아니라 K-리그 클럽, 프로축구연맹, 나아가 한국축구 전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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