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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만일 만에 1군복귀 박희도, 골 넣고 두번 절한 사연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06-29 21:13


박희도(왼쪽). 스포츠조선DB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부산의 2011년 러시앤캐시컵 8강전.

1-0으로 부산이 앞선 전반 19분. 박희도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아크서클 정면에서 오른발로 때린 슈팅이 불규칙 바운드가 되면서 신화용 포항 골키퍼의 키를 넘겼다. 행운의 골이었다. 박희도는 골을 넣은 뒤 왼쪽 코너 부근으로 뛰어갔다. 당연히 골 세리머니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박희도는 코너 깃발을 향해 두 차례 절을 했다. 선수들과 팬들 모두 의아해했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다. 박희도는 지난 26일 조부상을 당했다. 그는 시즌 중이라 친할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장례식장에도 잠시 있다 다시 훈련에 참가했다.

아쉬움은 그라운드에서 풀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박희도는 2군에서 와신상담했다. 시즌 초반 안일한 정신력을 보이면서 4월 16일 대구와의 리그 경기 이후 주장 김근철과 함께 2군으로 강등됐다. 지난 3시즌간 부산에서 뛰며 에이스로 활약왔던터라 충격은 컸다. 좀처럼 1군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박희도는 2군 선수일 뿐이다. 좀 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며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그런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안 감독은 얇은 선수층으로 인해 포항과의 컵대회 8강전에 2군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떨결에 잡은 기회였지만 박희도에게는 다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희망의 경기였다.

결국 74일 만에 1군 경기에 나선 박희도는 골로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친할아버지에게도 선물을 안긴 셈이 됐다. 포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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